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아리 Jan 28. 2024

순환, 질량 불변의 법칙

전생에 대한 상상

과학 시간에 배운 말 중에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었다. 우주의 모든 것은 그 형태가 변하여도 전체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유명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주요 테마는 ‘Circle of Life’이다. 삶의 순환,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가 아들에게 전해주는 가장 중요한 삶의 진리이다. 풀은 초식동물이 먹고, 초식동물은 사자와 같은 육식 동물이 먹고, 육식 동물은 죽게 되면 흙으로 돌아가 풀의 영양분이 된다. 삶은 그 순환의 고리 안에서 유지된다. 그리고 우주의 삶은 그 질량의 불변의 법칙에 따른다.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다. 방학 중 시골에서 놀면서 숲의 나무를 보다 ‘사람은 죽으면 흙이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하나의 상상을 했다. 


사람의 몸에 영혼을 담은 세포가 흙으로 돌아간다. 

그 세포를 풀이 빨아들인다. 그럼 사람이었던 몸은 풀이 된다.  

그 세포가 다시 토끼한테 먹히면, 토끼가 된다. 

토끼는 호랑이한테 먹힌다. 그럼 호랑이가 된다. 

그리고 호랑이가 죽으면 또 그 영혼의 세포는 다른 무언가로 환생한다.


이런 상상은 성인이 되어 전생의 원리를 이해하게 했다.(물론 내 상상이지만) 

이렇게 지금의 ‘나’라고 하는 사람은 과거부터 그러한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질량 불변의 법칙에 따르면 지금 내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몸의 구성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개념으로 세포라고 부르자)들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다른 형태를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세포들 간의 인연으로 모이고 모여 ‘나’라는 사람이 되었다. 세포들은 계속 변화하고 교체되기 때문에 지금 나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은 이전에는 다른 무엇이었을 것이다. 내 팔은 조선시대 살았던 고양이였을 수도 있고, 내 발가락은 몽골 초원에서 달리던 말의 눈동자였을 수도 있다. 우리는 과거 우리가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질량 불변의 법칙에 따라 다른 무언가였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 법칙과 이런 생각(망상?)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누구였을지도 모르고, 네가 누구였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옛날에 너와 나는 한 몸이었을지도 모른다. 너와 나의 인연은 지금보다 더 오래전 어디서 무엇으로 만났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와 타인이 이 삶의 순환 안에서 어느 때 하나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전생에 500번 만나야 부부의 인연이 된다고 한다. 지금의 내 아내와 나는 그런 식으로 500번 이상 만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의 가족들도 마찬가지고, 내 친구들, 나의 모든 인연들과 나는 어디서 무엇으로 만났었을 것이다. 넓게 생각하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나와 하나였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만큼 타인이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하나였기 때문이다. 


삶의 순환은 인간 만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은 과거 나의 친구였을지도 모르고, 어느 때 나의 조상님이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앉아있는 이 책상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질량 불변의 법칙 안에 있기에. 


‘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의 분위기 속에서 ‘타인’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삶이라는 고리 안에서 우리는 하나였으며, 너와 나는 같은 존재이다. 길에서 부딪힌 그와 나는 과거 어떤 인연이었을까? 그래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 것이다. 이 인연이 미래로 이어져 미래 어느 순간 다시 중요한 존재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너와 나는 하나이며, 우리는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이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100억 년 우주의 삶에서 우리 인간의 삶은 고작 길어야 100년이다. 어느 책에서 우주 탄생에서 현재까지의 우주 시간을 1년으로 계산했을 때,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때는 12월 31일 11시 58분(?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러했다)이었다. 인간의 존재는 겨우 2분에 속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개인의 삶은 단 1초도 되지 않는다. 그런 찰나의 삶을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짧은 순간을 빛나게 살면서 왜 우리는 너와 내가 싸워야 하는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고, 행복을 위해 살아도 모자란 시간 아닌가. 

그 2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질량들의 변화를 비디오로 돌려본다면 아마 우리는 이 우주에서, 지구라는 삶의 고리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하나이다.   

  

너와 나는, 우리는 운이 좋게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찰나의 순간을 빛나게 살고 있는 친구이다

이전 05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