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by The 한결


<희생>


“나 때문에 당신이 너무 고생해서 미안해.”

“괜찮아 고생은 무슨. 성취감이 있어서 좋아.”

“그래. 그렇다면 다행인데 내 마음은 편치 않네.”

“나도 능력 돼. 너무 신경 쓰지 마.”


주말 오전은 늦게까지 잠을 자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피로가 많이 쌓인 한 주의 주말이 보통 그렇습니다.

고단해 보이길래 이런저런 말을 하다 보니

결국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더군요.


저를 대신해 아내가 고생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커집니다.

자연스레 희생이란 말이 떠오르더군요.


희생(犧牲)이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자기가 가진 일부나 전부를 바치는 행위를 말하죠.

그런 뜻이라면 우리 두 사람이 가꾸어나가는 가정을 위해

아내가 하는 일은 희생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잖아. 그거면 충분해.”

“그렇더라도 아직은 그냥 집에 있는 게 더 편하고 좋지 않아?”

“나도 바깥 활동을 하고 싶었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마운데,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드네.”


그러고 보니 아내의 새로운 면이 많이 보이네요.

결혼 전에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당당한 사회인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고,

자기 존재감이 높아져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아내는 가끔 TV보다가 잠이 듭니다.

조용 조용한 숨소리에 옆을 돌아보면 어느새 꿈나라로 가고 없죠.

소파에서 저는 주로 책을 읽고 아내는 TV를 봅니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일을 하죠.

그렇다 보니 둘이서 함께 TV 볼 경우가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살그머니 잠이 들기도 합니다.


“여보. 일어나. 밖이 캄캄해.”

“미안, 조금만 더 잘게. 깨우지 마.”


말은 조금만 더 잔다지만 이내 눈을 뜹니다.

아내가 저하고 다른 점이 바로 이런 겁니다.

잠이라면 누우면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자는 제 능력과 반대로

아내는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든 타입이죠.


시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고,

늦은 밤이라도 춥지 않아서 걷기 좋은 가을날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공원으로 나섭니다.

공원 근처에 대형 마켓이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바도 한가득 삽니다.

시간이 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줍게 고백합니다.


내 맘 알지? 라고.

(여보 사랑해, 의 완곡한 표현입니다.)


- The 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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