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대신하는 일
<배려>
“여보, 우리가 먼저 가도 되잖아?”
“아냐. 바쁜 것 없잖아. 천천히 가자.”
“아무튼, 운전 하나는 정말 양반이라니까.”
“느린 것 같아도 이렇게 하는 게 더 빨라.”
골목길에서 차량과 마주치면 항상 기다리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제가 기다렸는데 아내가 이유를 묻더군요.
먼저 가도 되는데 굳이 양보하는 게 답답했나 봅니다만,
저는 늘 서두르지 않는 태도로 운전에 임합니다.
운전하면서 스스로 사고를 낸 이력은 드뭅니다.
군을 제대하고 첫 사고가 빗길 수막현상에 따른 미끄럼 사고인데요.
굴곡진 도로에서 빗물로 인한 수막현상으로 수로에 차량이 곤두박질쳤죠.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그 외에는 도로 합류 지점에서 누군가 와서 쾅 하고 박은 것이 두 번 있네요.
이렇게 총 세 번의 사고 외에는 별다른 사고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운전하는 차를 타면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느린 듯 보여도 절대 늦지 않는 노련한 운전 습관이 그렇게 만드나 봅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운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부부간에 어지간하면 서로 배려했으면 하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습니다.
“여보, 요리는 내가 했으니 설거지 좀 해줘.”
“오케이. 깨끗하게 해 놓을게.”
아내와 저는 집안일을 분담해서 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내가 요리하면 뒷정리와 설거지는 제가 하죠.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분들이 많더군요.
특히 경상도 남자분들에게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여보, 빨래를 정리하는 동안 청소 좀 부탁해.”
“응. 반들반들하게 해 놓을게.”
청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봇 청소기가 있지만 깔끔한 맛이 덜합니다.
그래서 항상 제가 청소기를 돌리고 밀대로 닦는 일을 도맡아 하죠.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만 건조대에 너는 일은 부부가 함께합니다.
공동으로 집안일을 하는 셈이죠.
제가 회사에 다닐 때는 주로 아내가 청소를 담당했습니다.
대청소인 경우에만 제가 조금씩 거들어 줄 뿐이었죠.
지금은 함께 하는 이 모든 행위가 즐거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배려란
내 마음 불편한 한 자락을 떼어서 누군가를 대신하는 일입니다.
어쩌면 그 순간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한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불편함은 결국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리란 것을 믿습니다.
먼 훗날
스스로 만족해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요.
서로 배려하며 느리게 스며든 시간만큼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