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머문 자리
<흉터>
“여보, 가려워. 도저히 못 참겠어.”
“잠깐만, 긁으면 안 돼! 조금만 참아봐.”
“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못 참아.”
2018년 4월 이른 봄,
영덕에서 낚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간지럽다고 하더군요.
모기가 다리부터 손등까지 몇 군데 물었는데,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민감성 피부라 모기 같은 해충에는 약합니다.
“큰일이야. 곪기 시작해. 병원 가야겠어.”
“미안해 여보,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아.”
결국, 참다가 견디지 못한 아내는 퇴근하는 길에 병원에 들러서
의사한테 진단받고 약을 바르고 해서 치료했습니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4월 초니까 모기가 없을 것이라 방심했네요.
당분간 낚시는 없는 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저 모기만 원망스러울 따름이네요.
상처가 머문 자리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흉터라는 이름으로 잠시 머물렀던 자신의 시간을 확실히 새겨두죠.
잊힐 때가 되면
다시 떠올리라고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내에게 흉터가 조금 생겼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모두 저를 만나고 나서 생긴 흔적이었기에 미안해지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바다낚시인데
이 모든 상처의 흔적들이 낚시하러 다녀온 후에 생겼기 때문입니다.
추억은 아주 조금인데 후유증은 큽니다.
오랜 시간 아내만 아프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가 대신 물려 줬으면 좋겠습니다만.
“여보, 다음에는 나 혼자서 갈게.”
“그래도 함께 가야 좋지. 혼자서는 가지 마.”
물가에 애를 내놓는 기분이랄까요?
아내는 제가 위험한 곳으로 갈까 싶어서 걱정을 많이 합니다.
덕분에 낚시도 위험하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주로 하죠.
대신 물고기를 잡을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답니다.
한때는 아내의 고운 손에 흉터가 생겨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가만히 아내 손을 만지다 미안한 마음에 눈시울이 시큰거리고,
저로 인해 상처받은 것 같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거든요.
시간이 지나 고운 손으로 돌아와서 기쁩니다.
살다 보면 피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왜 하필 나야 하면서 운명에 되묻고 싶은,
그런 시간과 장소, 사람이 있습니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남겨질 흔적이라면
기억할 때마다 좋은 모습으로 남겨지기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지나간 시간에 혹시나 저로 인해 쓴 기억이 남아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조용히 허공에 흩뿌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더는 당신에게 남은 흉터가 없기를 소망합니다.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