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생애 첫 집을 떠난 일

by The 한결


<이사>


“여보 일어나, 오늘이 마지막 아침이야.”

“어, 그러네. 마음이 뒤숭숭하다.”


2018년 2월의 끝자락,

아직 겨울 찬 바람이 창문 턱을 넘어 안방으로 들이닥칠 때입니다.

정든 집, 생애 첫 집을 뒤로하고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경북 구미에서 대구 북구로 보금자리를 옮기던 과정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복잡한 심경이었죠.


“여기, 여기에 도장을 찍어 주세요.”

“이렇게 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네, 며칠 이내로 모든 서류상 절차는 끝이 납니다.”

“아, 간단하군요. 그토록 오랜 시간에 걸려 마련한 보금자리인데.”


아내와 저의 생애 첫 집,

이렇게 남에게 넘기고 나서 가슴이 매우 쓰리더군요.

기념으로 집을 사고파는 이 모두가 함께 둘러보자고 하는데,

이 방 저 방으로 옮기는 와중에 앞이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여기서 눈물이 터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억지로 참고 참았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다고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더군요.


새로운 거처에서 살기 위해,

아내와 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사했지만

남에게 집을 넘기고 오던 날을 어찌 잊을까요?

새로 이사한 집엔 좀 미안한 감정입니다만,

섭섭하고 애타는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선사하더군요.


“속상해. 내가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여보, 그만해! 보기 싫어. 집은 또 사면 되잖아.”

“난 이제 집 안 사. 사기 싫어. 절대로 안 살 거야.”

“무슨 남자가 이리 소심해.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내 덕분에 그날 운 것이 마지막입니다.

이제는 내 곁에 머물지 않는 그 공간을 찾지 않겠다는,

나름의 의식을 가진 셈이죠.

집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임을 몸과 마음으로 겪었으니,

앞으로는 어떤 형태의 이사가 있을지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응모하신 청약에 당첨되셨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생애 첫 집을 타인에게 넘기고 일 년이 지난 시점에

새로운 아파트가 청약 당첨이라는 당당한 승전고를 울리며 얼굴을 내밉니다.

제 생애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운명은 또 다른 공간을 선물함으로써 우리 부부를 위로하는가 봅니다.


이사, 생애 첫 집을 떠난 일은 분명 저에게 아픔으로 남았는데,

이 기억은 머지않아 기쁨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아픔이 되었던 생애 첫 이사,

이젠 추억으로 간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The 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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