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종종 아역배우에게 ‘마(魔)의 16세’라는 말을 쓰곤 한다.
그만큼 큰 고비라는 뜻인데, 직장생활에도 이런 고비가 있는 것 같다.
‘마의 3년’
나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주변의 경우를 봐도 3년이 고비다.
가장 많이 이직을 고려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사람들마다 많은 고비가 온다. 6개월, 1년, 3년, 5년.....
아니 사실은 매일매일이 고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왜 3년일까.
나는 아르바이트를 한 곳에서 7년을 했었는데,
그 때 경험을 비춰보자면 6개월은 모든 것이 새롭고 무섭다.
그리고 1년 동안은 서툴지만 재밌다.
2년차는 익숙해져서 오히려 편하다.
그러다 3년차에 많은 생각이 든다. 익숙해진 나머지 일도 점점 지루해지는 것 같고,
나만 너무 머물러 있는 것 같고,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상태가 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이런 기분이 바로 직무탈진의 증상이 아닐까?
직무탈진이란 의욕감소, 피곤, 절망, 신체적 소진 증세 등으로 나타나는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고갈 상태로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특수한 유형이다.(Cordes & Dougherty,1993)
이렇게 직무탈진을 경험한 사람들은 일반적인 스트레스와 달리
이전의 정상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일반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적응기제를 통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에 반해,
탈진이 된 사람들은 정상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적응기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Schaufeli & Enzmann, 1998)
이런 직무탈진은 정서적 소진, 냉소주의, 효능감 저하 세 가지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정서적 소진(emotional exhaustion)이란, 과도한 심리적 부담이나 직무 요구들로 인하여
정서적 자원이 고갈된 심리적 상태이다.
즉, 우리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요소이다.
번아웃(burn-out)이라고도 많이 쓰는데, 힘들다. 지친다. 여유가 없다.
이런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정서적 소진 상태일 것이다.
냉소주의(cynicism)는 타인에 대한 불신과 환멸로부터 오는 좌절을 내포하는 부정적 태도로서,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부정성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대인 관계적 요소이다.
혹시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귀찮아졌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다면,
다 필요없고 인생은 나 혼자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면. 냉소주의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효능감 저하(reduced efficacy)는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고,
성취욕구가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성과가 떨어지게 만드는 자기 평가적인 요소이다.
나는 무언가 특별할 것만 같았는데, 내 인생은 조금 다를 것 같았는데,
문득 나도, 내 인생도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남들만큼 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차피 해내지 못할 거라면 하기도 싫고, 내가 하는 노력이 무의미해 보이는 순간이라면,
그저 효능감이 떨어졌을 뿐이다. 당신은 여전히 충분히 해낼 능력이 있다.
꼭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도 탈진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잠깐 멈춰서는 시간은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론 우리에게 찾아온 그 순간을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극복은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적어도 나만큼은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하고 알아차려주자.
그게 위로가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다는 걸 안다면, 나를 덜 채찍질 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모자라서, 부족해서, 나약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오는 시간을 마주했을 뿐이다.
아주 조금만 너그럽게 바라봐 주자. 내가 힘들다는 걸 알아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탈진상태라고 상사가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지도 않고,
매일 아침 꿈꾸는 것처럼 학교나 회사가 갑자기 폭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유 없는 짜증보다 내가 힘드니 조금만 이해해달라는 부탁이 낫고,
이것도 못하냐는 자책보다 조금 힘드니 쉬어가자는 위안이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