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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un 17. 2018

사랑의 미묘한 중량 차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사랑에는 약자가 없다.

대학교 CC가 되고 보니 동성동본과 여러 환경적인 문제...

친구의 부모님은 젊은 날의 연애란 '짧은 생을 가지는 법'이라는 일반적인 법칙을 믿었다. 딸의 롱런하는 사랑에 '아차!'하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된다"라는 고전적인 멘트를 날리셔야만 했다. 부모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며 그들은 헤어짐을 선택했다.


그들의 '헤어짐'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뿐, '사랑'이었다. 그와 헤어진 후 만난 조건 좋은 남자들은 친구에게만은 모두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소개팅할 때마다 이젠 더 이상 그에게 미련이 없으며 이번에는 기필코 연애를 해보겠다 다짐했다. 약속 장소로 향한다. 혼자 돌아온다. 매번 반복됐다.


어느 밤, 나는 말했다.

"너희 두 사람. 결혼할 것 같아.”


2005년 동성동본 금혼 규정은 사라졌으니 부모님의 강력한 카드는 없어졌다.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두 사람의 마음만 확고하다면 될 일이다. 친구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경제력이었다. 사랑은 물만 먹어도 행복하다는 고리타분한 멘트조차도 내밀 수 없는 악조건... 부모님의 반대는 더 강했졌다.



하지만...

4년 전 가을, 그들은 부부가 됐다.

 

친구는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엄청난 생활력과 포용력, 희생정신을 발휘하며 슈퍼우먼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친구가 4년 만에 울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더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고 해도 언제까지 계속 사랑할 거냐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인 게 너무 싫어."  


그 말을 들으며 십여 년 전 우리가 사랑과 결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던 날 밤 집 앞에 서 있던 그가 생각났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옛 연인이 그리워 일을 마친 새벽, 한 시간을 달려와 서성이다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무뚝뚝하게 받는다.

"응. 응. 먹었어. 응. 응."


사랑의 깊이가 그보다 친구가 더 깊다는 말과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가 강자였다는 친구 말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말을 삼켰다.


그저 내 친구가,

사랑하는 마음을 보내지 못해 서성이기만 했던 그의 사랑을, 가진 것 없어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그의 사랑을 더 가볍다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용기 냈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그에게 적용하지 않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용기 내지 못한 사랑의 깊이가 얕다고 말하지 않기를 바랐다.


과연, 사랑의 미묘한 중량 차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사랑에는 약자가 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평행선상의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강자를 바라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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