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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02. 2018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나 그녀

#친구#인천공항#첫만남

그녀는 십여 년 전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친구다.  


그녀와 나의 공통분모는 M언니였다.  

"하이난 땡처리가 19만 원에 나왔대. 나는 못 갈 것 같은데 너 갈래?"

"너무 급해서 같이 갈 친구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나 아는 동생 있는데 그 친구랑 같이 가!"

"그래? 그 친구가 나랑 가겠대?"

"응. 괜찮을 거야. 너랑 성격 비슷해."


그렇게 우리는 하이난 3박 4일 패키지여행의 파트너가 되었다.

연락처만 주고받은 우리가 인천공항에서 서로를 느낌으로 알아 보고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일면식도 없던 여자 둘이 단지 여행이 가고 싶다는 이유로만난 그 상황이 너무 웃겼나 보다. 그 웃음에서 나도, 그녀도 서로를 알아봤다. 탐색할 필요 없이 우리는 '같은 과'임을.


하이난으로 가는 비행시간 동안 마치 30년을 알아 온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통로를 두고 양쪽으로 앉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목의 통증은 이야기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바꿔 앉음으로 해결했다. 얼굴도 몰랐던 '아는 언니의 아는 동생'에서 '딱 맞는 여행 파트너'가 된 것이다.


패키지여행이었으나 가족 단체가 함께 온 터라 가이드가 우리에게 자유여행을 허락했다. 자유여행을 원했던 우리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땡큐 가이드님! 여행 스케줄을 의논할 것도 없이 '해산물?',' 콜!', '망고?','콜!', '맥주?','콜!','해수욕?','콜!' 뭐든 의견 일치!신나게 먹고 자고 즐기며 보낸 3박 4일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자유여행과 예상치 못했던 완벽한 여행 파트너!


한국에 돌아와 M언니가 질투할 만큼 자주 만났다.

그리고 얼마 후 같은 동네에 살게 되면서 거의 매일 붙어 다녔다. 나도 그녀도 남자 친구가 없던 시절이라 주중에는 저녁을 먹거나 한강 운동을 나갔다. 주말은 한강 조깅, 청계산 등산, 수영, 영화, 술, 친구 모임 등 모든 것을 함께 했고 그것도 모자라 금요일 저녁이면 밤새 수다를 떨며 밤을 보냈다.

-생파하던 날-

그렇게 쿵작 이 맞아 1~2년을 함께 보냈다.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다녀오면 늘 친구랑 뛰어놀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지 않던가. 퇴근만 하면 '어디야?' 문자를 하며 '어디서 만나'를 반복하던 시절.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를 웃게 해 준 동네 친구.


결혼으로 내가 먼저 동네를 떠났고 몇 년 후 그녀도 결혼했다. 이후 사는 곳이 멀어지다 보니 예전처럼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각자 결혼 생활하면서 한 2~3년은 못 보고 지냈다. 그러다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1년에 2~3번 정도 만났을까? 오랜 공백으로 만남에 목이 말랐다.


최근, 나도 그녀도 집순이가 되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 자주 만나고 있다. 집도 멀고 케어해야 할 가족이 있어 오랜 시간 붙어 있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만나고 있다. 언제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십여 년 전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그녀. 직장 생활을 함께 한 것도, 학교를 함께 다닌 것도 아닌 우리 사이.

인연이란 참 묘하다. 그저 여행 파트너가 필요해 만났던 그녀가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될 줄 어떻게 알았을까.

인연이란...

그녀와 못 보고 지낸 2~3년간 어쩌면 다시 못 만나는 게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우리는 여행 파트너로 만난 사이였고, 1~2년 친하게 지냈지만 그게 전부였을지 모른다고... 기우였다.


우리는 서로를 참 좋아한다. 서로에게서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하는 느낌이랄까?  그녀도 늘 '언니를 만나면 너무 즐거워~' 라며 마음을 전한다. 그녀는 내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 동지 같은 느낌이 든다. 동창에게 느껴지는 우정도 아닌, 사회에서 만난 동료의 느낌도 아닌, 그저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동지의 느낌이다. 서로의 인생에 불을 지펴주는 그런 묘한 느낌을 주는 친구. 지금껏 단 한 번도 불편하다 느껴 본 적 없는 친구.


오늘도 함께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버스 타고 떠나는 그녀를 배웅하고 들어왔다.


만나면 배꼽 빠져라 웃을 수 있는 친구...

남은 인생도 그녀를 만나 깔깔깔 웃으며 지내고 싶다. 지금처럼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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