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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만든 감정의 물결이 나를 흔들 수 없다.

by 지금이대로 쩡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에 들뜬 기분으로 남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 남자 친구 표정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괜히 만나자고 했나?’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데이트 내내 눈치를 보는 사람이 있다. 밝은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외치며 출근한다. 인사를 받지 않던 팀장 표정이 어두울 때 ‘눈치 없이 너무 목소리가 밝았나?’하며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남자 친구는 점심때 먹은 음식 때문에 배가 아팠을 뿐이다. 팀장은 오전 중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상대의 표정, 행동에 따라 자신의 탓은 아닌지 고민한다. 짐작해서 생각하고, 생각이 깊어져 걱정한다. 확인되지 않은 일로 고민하지 말고 그저 상대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면 된다. 도저히 자신의 탓임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오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팀장님 바쁜 일 있으세요?”


돌아오는 답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넌 몰라도 돼. 내 문제야.”

”뭐가 그렇게 즐거워? 아침부터 엄청 신났네! 신났어!”


상처를 주려 작정하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아픈 화살은 방패를 가지고 튕겨내야 한다. 아픈데 굳이 받을 필요 없다. 자신의 감정을 나쁜 감정으로 유지할 것인지, 좋은 감정으로 유지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방패를 사용하는 자신에게 있다.



상황을 백지로 되돌리는 것을 제로베이스(Zero Base)라고 한다. 방패로 튕겨내지 않으면 들뜬 기분으로 행복했던 감정을 0으로 되돌리고, 출근길 즐거웠던 기분을 0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오프라, 통화하고 싶지 않으면서 왜 자꾸 전화를 받는 거요?”’아하!’의 순간이었다. 전화벨이 울린다고 해서 내가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시간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고 통제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설혹 시간과 일정이 나의 통제를 벗어나 엉망진창이 된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결국 자신의 탓이다. 당신의 시간을 보호하라, 당신의 시간은 곧 당신의 인생이다. ”


다른 사람이 화를 낸다고 해서, 상처 주는 말을 한다고 해서 휘둘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타인의 감정 속으로 말려 들어갈 필요가 없다.


말려든 상태에서는 상대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말려든 순간 감정의 중심을 잃고 말았다.


”남자 친구 때문에 다음날까지 계속 우울했다니까!”

“팀장님 때문에 기분을 망쳤어!”


우리는 매번 누구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상대가 어떤 감정을 주어도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키를 자신이 가진다면 흔들리는 물결 속에서도 마음의 평온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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