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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Aug 10. 2018

알고 보면 좋은 사람 = 나는 맞지 않는 사람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Susan T. Fiske)와 셸리 테일러(Shelley E. Taylor)가 1991년에 만든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이론’은 첫인상으로 한번 내린 결정을 쉽사리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소개팅에서 첫인상을 보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입사원으로 있을 때 새로 온 팀장이 주말근무까지 해서 마무리한 업무를 마치 자신이 한 일처럼 보고 했다. 이번 팀장은 최악이라고 느꼈다. 자신도 미안한 마음은 있었는지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친절하게 굴었다. 진심으로 느껴지지도 않았고 그런 모습이 더 싫었다. 그 후 주변에서는 새로 온 팀장이 나쁘지 않다는 평을 했지만 나는 이미 첫인상으로 진상이라 각인됐다.     

                

이런 일을 겪은 후 그 팀장을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미워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 역시 대출이 있었고, 은행 집을 내 집으로 만들어야 했으니 피할 수 없이 회사는 계속 다녀야 했다. 한데, 팀장을 볼 때마다 그 일이 생각나 감정이 흔들려 힘겨웠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중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를 돕는 중년 남성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어쩌면 팀장도 저런 사람이지 않을까? 회사에서는 진상이지만 밖에서는 배려심 깊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팀장을 미워하던 마음이 그저, 저런 사람도 있다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단, 팀장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된 것은 아니다. 그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일 수도 있을 뿐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팀장을 대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많은 시간을 공유하거나 좀 더 친밀감 있게 지낼 수는 없었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됐다. 그 후 내 일을 가로챈 팀장이지만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 되어 가볍게 대할 수 있어서 예전처럼 내 감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팀장을 바라보는 바뀐 시선이 가져온 마음의 평화였다.     



<에커만과 괴테의 대화>

에커만(Johann Peter Eckermann)의 『괴테와의 대화』 에서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를 권하는 괴테(Goethe)와의 대화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에커만 : 저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을 찾으려 애씁니다. 저와 잘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저의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습니다.      

괴테 : 자네의 그러한 본성은 사실 사회적인 모습이 아니네. 그렇다면 배움(culture)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약 우리의 태생적 성향을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맞추길 바라는 것은 과하게 어리석은 일일세.      

나는 누가 나에게 맞추기를 전혀 바라지 않았다네. 나는 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독자적인 특질을 지닌 한 명의 인간으로 여겼으며, 개인의 모든 별의별 특징을 연구하고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했었다네. 하지만 확대해 동질성을 찾기를 바라지는 않았네.      

자신과 다른 다양한 성격을 지닌 개성들은 늘 상충되기에 헤쳐 나갈 수 있게끔 자신의 역량을 모아야 하며 우리에 내재하는 여러 면모를 끄집어내고 발전시켜, 어떤 상충되는 사람과도 대적할 수 있다고 느끼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네.      

자네도 그렇게 해보게나.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네. 자네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조건 이 거대한 세상에 빠져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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