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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Sep 21. 2018

호칭 변경이 시급한 '아가씨', '도련님'

친정 vs 시댁의 불편한 호칭

국민 청원에  친정, 시댁 식구들에 대한 호칭 개선이 필요하다는 글이 여러 번 올라왔다. 아하! 왜 그것을  생각 못했지?!


남편의 여동생, 누나 : (손아래) 아가씨, (손위)  형님 vs 부인의 여동생, 누나 : 처제, 처형

남편의 남동생 : (결혼 전) 도련님, (결혼 후) 서방님 vs 부인의 오빠, 남동생 : 처남

남편의 여동생 부 : 시매부 vs 부인 남동생, 오빠의 처 : 처남댁


나도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렇게 정의된 호칭에 대해 예전에는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올케언니가 나에게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고 민망스러워졌다.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조선시대를 다녀오는 기분이 든다.


내게 먼 이야기였고, 와 닿지 않던 시절에는 그런 호칭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결혼할 나이가 되고, 우리 사회가 정의해둔 '아가씨',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강하게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애초에 명절에 반드시 시댁 먼저 가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런 부분에 민감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본인도 동의하는 뉘앙스를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결혼 후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태도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결혼 전 명절 두 번 중 한 번은 친정, 한 번은 시댁에 먼저 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게 합의 볼 사항인지 참 의문스럽지만, 그 합의는 몇 년 전부터 사정상 당분간 보류됐다. 나는 보류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의 생각은 솔직히 알 수 없다.

내게도 손아래 시누이와 시동생이 있다. 딱히 부를 호칭이 없어 처음에는 어색하고 싫었지만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눈감고 부르자 싶었지만, 온몸에 털이 서는 기분이 들었다.

아!!! 이건 아니잖아!!!

나는 그 집에 일을 하러 간 사람도 아니요, 나이 어린 사람에게 너무나 공손한 호칭이다. 남편은 나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은 오빠에게 '처남'이라고 부르는데 이건 역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그들의 호칭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부르지 않기로 했다. 호칭 없이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 어색하지만 그렇게 한발 뒤로 물러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다 시고모님을 부르는 어머님의 호칭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

야~ 너네 오빠가...

이렇게 오픈 마인드를 가진 분이었어? 남편, 왜 이야기 안 했어요?


그 후, 나도 '00 동생'이라고 부른다. 친동생 대하듯 편하게 대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계급사회의 하층민처럼 그들을 부르지도, 대하지도 않는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못 배운 사람처럼 왜 그러냐 하셨지만 시대가 변했다는 말에 동의하셨다. 물론 시어머님의 의견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우리 시매부(시누이의 남편) 역시 나를 '처남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대하는 느낌도 들고, 이상한 호칭이라며 그냥 형수님이라고 부른다. 정의된 호칭에 대해 알고는 있으되,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꿔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는 1인으로써 '형수님'이라는 호칭, 좋다.

사회가 변하면 함께 변해 가는 것들이 많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호칭에 대한 변경 요청을 보며 실천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응원했다. 매번 생각보다 찬성 숫자가 적었고 그것으로 종료됐다. 그것이 안타까워 좀 더 휘몰아칠만한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미 젊은 세대는 이런 호칭에 익숙하지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국가가 나서서 시대에 발맞춘 호칭을 재정의 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제시대의 잔재를 몰아내자며 표준어 구사를 요구하는 것과 같이, 남녀가 평등한 사회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평균대를 조금은 바로잡아 균형을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갑자기 20대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들이 이런 호칭을 알고는 있을까? 혹은 이 호칭을 알고 사용할 수 있는가? 어쩌면 나의 이런 고민이 필요 없을 만큼 그들은 이미 자유로운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대감 반, 호기심 반.

저기요, ~
누구 20대 생각을 말해주실 분 없나요?

@ 호칭은 지역마다 상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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