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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Oct 20. 2018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영화 리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원제, The Theory of Everything)’은 지난 3월 세상을 떠나고 없는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첫 번째 부인 제인 와일드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제목을 보고 호킹과 제인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호킹의 이론을 이야기한다.      


 영국의 명문 캠브리지 대학교를 다닌 물리학도 스티븐은 친구와 자전거로 경주를 하고 카누 선수로도 활약할 만큼 건강한 학생이었다. 그런 스티븐에게 어느 날부터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스티븐은 며칠을 고민해도 과제의 답을 찾지 못하던 친구들과 달리 1시간 만에 풀어낼 만큼 천재였다. 그는 파티에서 만난 인문학도 제인에게 첫눈에 반한다. 제인 역시 스티븐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진다. 신을 믿지 않는 스티븐과 신을 절실히 믿는 제인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점점 몸의 이상을 느끼던 스티븐은 학교에서 쓰러지며 병원으로 실려 가고 루게릭병으로 2년 시한부 선고 받는다.


 스티븐은 온몸이 굳어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뇌는요?” 하고 묻는다.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연구가 가능할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슴 아픈 질문이었지만 존경스러웠다. 그가 앞으로도 뇌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임을 알려주는 복선 같은 질문이었다.     


 스티븐은 낙심한 채 기숙사에 틀어박혀 친구도, 제인도 피한다. 끈질기게 찾아온 제인에게 자신의 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떠나라 몸으로 소리친다. 하지만 스티븐을 너무나 사랑했던 제인은 모든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결혼한다. 영화에서 제인의 복잡한 감정과 결혼까지의 시간을 짧게 표현했지만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울 때 더욱 빛이 난다”는 제인의 말로, 스티븐에 대한 제인의 단단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스티븐의 병은 점점 제인의 손길이 더 절실한 만큼 깊어진다.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스티븐의 머리에 옷을 끼워 두고 제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머리에 낀 옷 사이로 비치는 난롯불에서 블랙홀을 발견한다. 그리고 태초의 시간에 대한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성가대에서 만난 조나단은 둘째가 태어나고 힘겨워하던 제인을 돕기로 자처한다. 스티븐은 휠체어 생활을 하며 대소변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힘겨워하던 제인을 위해 조나단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현실에서의 제인은 조나단과 사랑에 빠져 스티븐과의 결혼생활을 정리했다고 한다. 영화는 불륜을 적나라하게 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 사람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조나단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던 중 제인은 셋째를 임신한다. 축하하는 모임에서 스티븐의 엄마는 셋째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야겠다고 소리친다. 축하파티의 모든 사람이, 영화를 보는 나조차도 조나단의 아이가 아닐까 의심했다.      


 스티븐, 제인, 조나단의 감정이 드러난다. 하나의 사랑이 무너지고, 또 다른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조나단은 오해받고 싶지 않다며 호킹 부부를 떠나지만 미국으로 출장 가는 스티븐은 제인과 아이들을 조나단에게 부탁한다. 휠체어를 타고 불편한 몸으로 조나단이 있는 교회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스티븐이 미국으로 떠나고 제인과 아이들, 그리고 조나단은 캠핑장을 찾는다. 그들은 각자 텐트를 쳤지만 늦은 밤, 제인이 조나단의 텐트를 찾아가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조나단! 조나단!”하고 부른다. 이 영화에서 제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제인의 사랑이 결국 돌아서는 것인가? 강인했던 제인이 무너지고 마는 것인가?     


 그 시간 스티븐은 공연을 관람하다 폐렴으로 쓰러진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제인은 무조건 스티븐을 살리라고 힘주어 말한다. 제인은 조나단에 대한 마음을 접고 스티븐을 선택한다.

  

 집으로 돌아온 스티븐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어 휠체어에 음성 합성기가 설치한다. 전문 간호사 일레인이 간호를 시작한다. 오랜 세월 힘겹게 간호하던 자신과 달리 스티븐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일레인을 보고 제인은 소외감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보다 전문적으로 간호하는 일레인에게 스티븐 곁을 양보한다.   


 스티븐은 늘 그래 왔듯 제인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결심을 말한다. 책을 쓰겠다고. 그의 첫 책 우주의 기원을 이야기한 1988년작 <시간의 역사(원제, ‘A Brief History of Time’)>가 이때 탄생한다.      


 책을 출판하고 미국 출장을 가게 된 스티븐은 제인에게 말한다.          

 “이번에는 일레인에게 같이 가 달라고 부탁했어.”


 어떤 일이든 제인과 상의하던 스티븐의 말에 제인은 놀란다. 스티븐이 눈으로 음성 합성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기계음이 말이 쏟아낸다.  

 “우리가 얼마나 함께 살았지?”    


 스티븐과 제인은 이별한다.    

 

 스티븐을 떠난 제인은 조나단을 찾아가지만 세월이 흘러 영국 여왕의 초대를 받아 궁을 찾은 스티븐 호킹 박사 옆에는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제인이 있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미 아는 사실임에도 스티븐을 사랑했던 제인이 끝까지 함께했으면 하고 바랐다. 현실에서와 달리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이별을 했음에도 제인의 헌신적인 사랑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스티븐을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이다. 에디는 몸무게를 10킬로그램이나  빼고 손톱, 걸음걸이, 표정 하나, 말투까지 완벽하게 스티븐 호킹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를 본 스티븐 호킹 역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완벽하게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을 극찬했다고 한다.   

  그의 노력은 모든 장면에서 빛났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릴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해낸 에디 레드메인.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영화의 원작은 부인 제인 와일드의 회고록 '무한으로의 여행 : 스티븐과 나의 삶'이다. 제인이 스티븐을 떠난 것은 안타깝지만 그가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는 데에는 제인의 오랜 희생과 사랑 없이는 불가능했음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도, 호킹의 물리학 이론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급하게 다루지 않았을까? 현실의 사실을 알고 본 영화지만 보는 내내 가슴 아팠고 현실과 다른 결론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꽤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영화다. 강렬한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스티븐과 제인의 사랑, 제인과 조나단의 사랑, 스티븐과 조나단의 미묘한 감정, 그리고 물리학 이론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열정을 볼 수 있다. 

 

 겨울이 다가옴을 느끼는 가을. 따뜻하게 마음을 적셔줄 이 영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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