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을 좋아한다. 무언가를 해결해 나가는 것에 짜릿함을 느낀다. 마무리됐을 때의 쾌감을 알기에 마약처럼 일에 빠져서 살았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일을 대하는 나를 발견한다. 다만 그러지 말라는 또 다른 내가 있을 뿐이다.
올해는 나에게 휴식을 준 한 해였지만 하려던 일이 잘 되지 않아 마음도 잡을 겸 짧은 일을 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점점 무거운 일이 되어 가는 것은 언제나 같은 흐름이다.
무질서하게 흘러가는 일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성격'과 일을 좋아하는 'DNA'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오가는 지하철에서 좋아하는 책이나 읽으며, 번화한 도시의 기분을 물씬 즐기자며 시작했던 처음 마음과 달리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업무가 많아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울리는 브레이크 타임을 알리는 알람은 가차 없이 '종료' 버튼을 누른다. 퇴근 시간이 될 즈음 녹초가 되어 뇌는 회전을 멈추려 한다. 했던 일을 또 하고 또 하고, 해 놓은 일이 지워진 줄도 모르고 찾고 또 찾는다. 급기야 빠르게 돌던 달팽이가 넘어지듯 갸우뚱해진 몸으로 겨우 퇴근길에 오른다.
그럼에도 나는 질서를 맞춰야만 하는 '일'도 좋아한다. 짧은 시간 상황 수습이 아닌 마무리되지 않은 일만(!) 하면 된다는 롤(Role)을 가지고 투입됐지만 내 일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폭망'이 된 일을 심폐소생이라도 해보고자 한발 내디뎠다. 어제도 누군가에게 말했지만,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이다.
내 업무만으로도 정신없는 상황이었지만 위급상황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내 호의는 무시됐다. 그리고 나는 돌아섰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봇다리 내놓으라는 격'이라는 옛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
도와달라던 사람은 도움을 받고 나서 태도를 바꿨다. 호의로 베푼 일이 '꼰대의 잘난 척'이 되고 말았다. 뭐 어쩌겠는가? 꼰대로 정의하자면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
휘몰이 장단에 쓸려가 버린 내 호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당신!
인성이란 방귀 냄새처럼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것입니다.
세상은 좁고 당신의
냄새는 너무나 빠르게 퍼지죠.
자신이 뀐 방귀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당신도 언젠가 알게 될 것입니다.
내 진심 어린 마음이다.
달력 한 장을 두고 빠삐옹처럼 하루하루 X를 치며 다시 자유인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