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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Nov 26. 2018

눈의 비명소리와 하얀 벌떼

첫눈 내린 지난 토요일. 어린아이처럼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갔다.


쌓인 눈이 발밑에서 통증을 참지 못하고 내지르는 소리를 듣고 싶어 안달 났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다가 학교 운동장을 발견했다. 눈들은 조용히 내려앉아 땅의 숨결을 끌어당기고 있는 듯했다.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눈을 향해 달려갔다.

뽀드득~뽀드득~

참으로 아름다운 비명소리다. 운동장 끝에서 끝으로, 다시 끝에서 끝으로. 눈의 비명을 마음껏 즐기며 걸었다. 하얀 눈은 발자국을 덮으려 사정없이 떨어졌지만 쉬이 덮이지 않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벌떼가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마리가 움직이는 모습처럼 보였다. 흩어졌다 뭉쳤다,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나무 위로, 지붕 위로, 땅으로 내려앉았다.


세상은 온통 하얀 벌떼가 점령한 모습이었다. 나무를 흔드니 눈은 다시 벌떼가 되어 떨어졌다. 벌에 쏘이기라도 할까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느라 바빴다. 어른도 아이도 행복한 첫눈.


눈이 내려앉은 주말의 아침. 마음껏 눈을 만끽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첫눈이란 매년 오지만 올때마다 반갑고 행복하다. 지난 주말 눈의 비명소리와 하얀 벌떼의 여운을 그대로 느끼며 한주를 시작해 본다.


첫눈! 내년에 또 올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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