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대로 쩡 Jan 13. 2019

너의 말이 맞다고 내가 틀린 것은 아니야.

목욕탕에서 엄마 몸을 밀어드리고 있으면 주변 할머니들이 하나같이 말을 걸어온다.

딸이죠? 딸이니까 저렇게 해주지! 며느리는 안 해요. 우리 며느리도 나하고는 안 오는걸 뭐.

맞다. 36년 된 우리 올케도 시어머니인 엄마와 목욕탕 간 적이 없고 내게도 묻는다면 답은 노(No)다! 시엄마 입장에서야 며느리와 목욕탕 가는 게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시어머니가 목욕탕 같이 가지 않겠느냐 물은 적이 있으니 말이다.


입장 차이.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자니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내 입장을 고수하자니 이기주의자 선언이라도 하는 듯해서 곤란할 때가 있다. 시어머니와의 목욕탕 정도야 아직 갈 때가 되지 않았다 말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입장 차이를 매번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어떠한 상황이든 자신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되어있다. 


입장 차이는 다툼을 만들고, 다툼은 끝내 인연의 끝을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전 살던 아파트 위층에는 매주 금요일이면 목장이라는 것을 했다. 교인들 가족이 찬양하기 위한 모임이라는데 아래층 사는 우리는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다. 평소에도 조용히 사는 가족이 아니라 신경이 쓰였는데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 저녁만 되면 악몽이었다. 처음 몇 주는 참아줬다. 하지만 매주마다 5~6 가족이 모여 아이들은 뛰고, 어른들은 기타 치며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것을 매번 참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관리실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합의가 되지 않아 우리는 금요일에 집을 피해 있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겨우 금요일 하루도 못 참느냐고 했지만, 1년에 딱 한번 연말에 가족들이 모였던 우리 집은 밤 11시가 되자 아래층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루든, 한 시간이든 내 것이 아닌 시간을 이유 없이 참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자신의 시선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것도 상대의 것도 정답은 없다. 다만 상대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딸이 시어머니와 목욕탕 가는 것이 안쓰럽다면, 며느리가 나와 함께 목욕탕에 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글반장>

@ Photo by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커뮤니케이션은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