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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an 31. 2019

관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

관계

올해의 화두다.


상대의 말에 반응하는 나를 보고, 내 말에 반응하는 상대를 보며 진정한 나를 알게 된다. 어느 날 친구가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다. 때론 자신에게도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흠짓 놀라기도 한다.

영화 <23 아이덴티티>에서처럼 (좀 센 영화지만) 누구에게나 다양한 자아가 존재한다. 평소에는 조화를 이루어 살지만 힘이 커진 하나의 자아가 조명을 받고 싶어 불쑥 나타나는 날이 온다. 조화를 해치고 나온 자아가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낼 때, 평소와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란다.

한동안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며 살았다. 다들 의아해하지만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어린 시절 친척들이 집에 오면 우리 집임에도 힘들었을 만큼 낯선 이들과의 대화가 어려웠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명랑한 소녀였고, 소녀답지 않게 골목대장을 했지만 동네를 벗어난 적은 없다. 동네 사람이 아닌 낯선 사람들도 늘 경계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를 만드는 일이 힘들 만큼 낯가림은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작년부터 낯가림으로 치부해버리기 힘든 관계 형성에 대해 고민했다. 몇 년간 가까운 사람들만 만나고 집중하며 비우는 삶을 살았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 진단해봤다. 늘 같은 모습만 보이는 내가 진정한 나인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면 나는 이대로의 모습으로만 살아가는 것인가? 


다양한 나를 만나려면 다양한 관계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운다는 것은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 속에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을 적게 두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심지어 관계의 깊이는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인가.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멀게 느껴질 때, 내가 생각했던 깊이와 상대가 생각하는 깊이가 같은지 고민해 보게 된다.


다양한 나를 만나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나는 여러 형태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나를 보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만의 정체성(Identity)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며 올해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여전히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 때론 낯설고, 때론 예상치 못한 모습의 나를 만나며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하루하루. 


관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날이 곧, 혹은 언젠가 오겠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버리고, 좀 더 다양한 관계 형성을 해볼 생각이다. 나는 그 속에서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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