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대로 쩡 Apr 11. 201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원초적이며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종교색이 짙은 이 소설은 시선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책을 덮고서도 인간이 무엇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살피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유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단편인 책의 부피는 작지만 메시지는 무겁다.
 
하나님 지시를 거역한 천사 미하일이 벌을 받아 벌거벗은 채 지상에 내려오게 된다. 인간 세상에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다시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마하일은 가난한 구두장이 시몬에게 발견된다.
 
추운 겨울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미하일에게 시몬은 외투를 벗어주며 보듬어서 자신의 집에 살게 해 준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했던 시몬의 아내도 결국 옆집에서 빵을 빌리며 미하일을 받아들인다.
 
시몬 부부는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는 마음, 불쌍한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말이다. 미하일이 찾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 사람의 내면에는 시몬 부부가 보여준 사랑이 있었다.
 
미하일은 그런 시몬 부부와 구두장이로 6년을 살며 일류 구두수선공이 되어 손님을 맞는다.


어느 날 거구의 신사가 찾아와 일 년을 신어도 문제없는 구두를 만들어 달라 요청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미하일은 거구의 손님 구두를 만들지 않는다. 손님은 오래도록 신을 구두를 주문했지만 돌아가는 길에 죽고 만다. 미하일이 찾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미하일은 아무 상관없는 여자아이의 구두를 주문하러 온 부인을 손님으로 맞는다. 쌍둥이 아이의 부모는 죽고 친척도 이웃도 아니지만 자신이 맡아 기르고 있다고 했다. 아이에게 부모가 필요하다 생각했던 미하일은 쌍둥이를 보고 여인의 영을 거두지 못해 벌을 받았다. 아이를 거둔 여인을 본 미하일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 사람은 자신만이 아닌 남을 볼 줄 아는 마음, 베푸는 마음,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하일은 다시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간다.


"나는 이전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생명을 내려 주시고 모두 함께 살아가도록 바라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일을 더 깨달았다.


하나님께서는 자신들이 자신만을 위하여 따로 떨어져 사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능력은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시기에 모두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가르쳐 주셨지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입니다.


그들은 오직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사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곧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미하일은 사람은 자신만이 아닌 누구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며, 자신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니 언제나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며, 가진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삶에 대한 고민의 연속에서 멈춰, 오래도록 미하일의 이야기를 되뇌게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내 안에 넘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멈추게 되는 것인가? 내 안에 사랑은 얼마나 있으며 누구와 나누고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부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