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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31. 2019

담론

<신영복>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묶은 책으로 진정한 지성인의 철학적 사유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한 번 읽으니 어렵다. 끌어당기는 페이지를 열어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여전히 깊이를 따라갈 수 없어 나의 지성에 호소해 보지만 쉽지 않다. 미완인 나는 언젠가 또 책장을 펼쳐보는 수밖에.


1부에서는 고전을 통해 얻은 세계관에 대한 사상을  논한다. 감옥에서 접하기 시작한 동양고전이 주는 삶의 지혜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감옥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토대로 인간에 대한 성찰을 논한다.


그가 토해내는 고전에 대한 방대한 지식, 그리고 그것으로 바라보는 인간사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나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그는 동양고전을 만나 지성인이 되었나? 이전부터 지성인이었나? 담론 속 노교수의 이야기는 넓고 깊다.


그가 말하는 고전은 무왕불복. 가기만 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는 과거란 없다고 했다. 고전은 오래된 과거나 아닌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미래라고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 미래는 과거의 어느 날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 주역의 관계론 독법, 논어의 화동 담로, 맹자, 노자, 장자, 묵자, 한비자 등을 만나 진정한 공부를 함으로써 인식의 틀을 깨고 변화와 창조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은 고전 이야기를 단단한 글로 나를 끌어당겼다. 고전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않아도 좋았다. 그의 사색과 사유에 경의를 표한다.


그가 무기수로 복역하며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이라고 했다.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하루에 많아야 한 두 시간인 신문지 크기의 햇살을 받으며 행복했다 말한다. 그런 삶을 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삶을 책처럼 들여다보니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지만 실상 출소하고 나니 자신에게 변하지 않았다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그는 잠재되어있었다는 겸손한 말로 표현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 이해,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통찰력이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담론을 읽고 나의 시선보다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는 것은 신영복 교수의 생각을 좀 더 이해해보기 위해서다. 나는 아직 담론을 다 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책장을 넘겨 한 권의 책을 덮었지만 그것이 끝이 될 수 없음을 절실히 느꼈다. 되돌려줘야 하는 도서관 대출일이 지나 잠시 쉬고 있지만 다시 담론을 손에 쥐고 사색하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한다. 세계관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고전을 통해, 끝날 것 같지 않는 무기수의 방을 통해 도움 받을수 있다면 이 책은 세계관이자 인간사의 실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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