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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16. 2018

내가 준 만큼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자.

되돌려 받으려 하지 않기

우리는 사람에게 기대한 만큼 실망하고 실망한 만큼 상처받는다.      


마거릿 미첼(Margaret Munnerlyn Mitchel)은 “삶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우리에게 줄 의무는 없다”라고 말했다.    

자식에게 헌신했는데 부모의 생각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절망하며 말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기대를 가지고 키웠다. 
연인에게 뭐든 사주더니 헤어질 때 선물했던 물건을 돌려달라 말한다. “내가 그동안 해준 게 얼만데…”, 해준만큼 받고 말겠다는 뜻이다.      

마음을 나누며 늘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럴 수가 있어?’ 뜬금없는 문자를 보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만나자는 약속을 한 두 번 거절한 후의 문자다. 한동안 약속 없이 조용히 지내고 싶어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오해였다고,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기대를 한 친구의 생각일 뿐이다. (물론 오해를 풀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법률 스님의 『인생 수업』 에서 이야기한다. 
“바다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바다가 기분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이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 좋은 겁니다. 내가 기분이 좋은 것은 바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산은 그냥 산이고 바다는 바다고 하늘은 하늘일 뿐입니다.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바라는 것 없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입니다.”      

부모도, 연인도, 친구도, 기대를 가지고 서로를 대하면 무너졌을 때 상처받는다. 상대가 주지 않은 상처를 스스로 만들어 받고는 당신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한다. “누가 당신에게 기대를 하라고 했나요?”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상대는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대감은 전혀 가지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대감을 60에서 50으로, 50에서 40으로 낮추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모든 사람에게 부모처럼 조건 없는 사랑을 할 수 없다. 가령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 때 못 받을 생각으로 빌려주면 돈에 대한 집착도, 돈을 갚지 않는 친구에 대한 실망도 없다.     

 

잃어버린 지갑처럼 ‘어쩔 수 없지.’‘그럴 수도 있어.’하고 생각하면 실망이 적다. 남들이 거는 기대에 부응하는 삶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는 명분 아래 끊임없이 요구하며 죄책감을 유도하는 부모는 자식의 생각과 생활을 통제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남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맞다.    

  

기대를 저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배신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10여 년을 봐 온 지인이 있다. 그는 자주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배신당한다. 그의 주변은 발등을 찍는 사람들만 모여서 그럴까? 사실 이야기를 듣고 보면 대부분 그의 기대가 발등 찍는 도끼를 생산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자신은 많은 것을 줬다 생각하고 그것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실망하고 배신을 느낀다. 애초에 주지를 말던지, 주고 나서 기대를 말던지. 나는 그에게 가능하면 부탁하지 않는다. 안부를 전하는 사이 정도로만 지내다 어쩔 수 없이 부탁을 해야 할 때면 말한다. 당신의 도움이 되돌아 가지 않음을. 나도 모르는 사이 ‘배신녀’ 목록에 등록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는 <돈키호테>에서 “오늘 잃은 것은 내일 얻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역으로 생각하면 오늘 얻은 것은 내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니 상대에게 기대하며 베풀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진심을 다해 주면 된다. 오늘 준 것이 내일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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