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대로 쩡 May 16. 2018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몸이 반응을 한다.

몸으로 표현되는 마음의 상처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Meu Pé de Laranja Lima)> 속 주인공 제제는 6살짜리 소년이다. 동생 루이스,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 학교 선생님, 뽀르뚜까 아저씨와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말썽꾸러기였던 제제는 가족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아빠에게 매질을 당한다.    

       

우연히 포르투갈 아저씨 뽀르뚜까와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게 되고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뽀르뚜까 아저씨가 열차에 치여 교통사고로 숨지게 된다. 교통사고가 난 철길 위에 쓰러진 제제는 삶의 희망을 잃고 병에 걸려 오랫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이성적이고 자의적인 방법으로 자아가 겪는 갈등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심리적 상처를 막고자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회피하는 사고 및 행위를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라고 해서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태어나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때에 찾아온 슬픔을 6살 꼬마 제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뽀르뚜까 아저씨를 잃은 슬픔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몸으로 방어했다. 한참을 누워 앓으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힘겨워한다. 상상 속에서 백마가 된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를 타고 뽀르뚜까 아저씨 집을 찾아 작별 인사를 한다. 그제야 스스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도 특별한 이유 없이 두통, 불면증, 수면장애, 배변장애, 가려움 등의 이상 증세가 나타날 때가 있다. 병원을 가 보아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마음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제때 치료하지 않은 마음이 보내는 강력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처음 1~2주 잠을 잘 못 잔다. 낮 시간에 엄청 많은 양의 일과 스트레스를 받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지만 밤이 되면 정신이 맑아진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의 부담감이 잠을 밀어내는 반응을 한다. 1~2주가 지나 일이 익숙해지고 방향을 잡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눕기만 하면 바로 잠든다.    

       


니콜라스 댄지거(Nicolas Dansiger)와 장 클로이드 윌러(Jean-Claude Willer)가 보고한 심리적인 상처가 주는 신체적 통증에 대한 연구가 있다.(출처:Dansiger&Willer,2005) 선천적으로 통증에 무감각한 32세 여성이 골절, 화상, 맹장염 등 신체적인 상처나 질병을 경험하면서도 통증을 전혀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두 명의 아이를 마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하면서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동생이 끔찍한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나서 신체적인 통증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신체적 고통이 온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것이 마음의 상처이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손가락에 작은 상처만 나도 아파서 소독하고 밴드를 붙인다. 마음이 아픈 것도 같다. ‘언젠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커져 버린 상처가 소독약과 밴드로 아물지 않을 만큼 커질 수 있다. 몸에 난 작은 상처처럼 마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의 깊게 봐주어야 한다. 작은 상처든 큰 상처든 지금 자신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니 돌봐 주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디에 가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