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일단은 살아진다
안과 밖으로 거세게 분노하고 낙담하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난 8월의 나...
이때 이후로 글을 안 쓰고 있었는데, 문득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인생이 이렇게도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러니까 지난해 7월 31일 기점으로 퇴사하였는데,
그즈음 코로나에 걸려서 마지막 며칠을 얼렁뚱땅 집에서 보냈었더랬다.
그리고 위의 글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한 8월을 보내다가 9월쯤 연락을 한 통 받게 된다.
나는 이 분을 '귀인'이라고 부르겠다.
지금 프리랜서로서 새로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를 갖게 해 주신,
회사 입사 말고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며 절망했던 내게 새로운 기회를 보여주신...
내가 사랑하는 브랜드의 대표님이시다.
참 까다로운 분이다.
퇴사한 회사에서 처음 만난 클라이언트였다. 그때 와디즈 프로젝트 등록 마감일까지 수정의 수정의 수정을, 거듭 반복하며 상당히 피곤했던 것이 기억난다. 기획과 디자인 단계를 오가며 뜯어고치며 우리 모두 고생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중복 담당하던 대행사 담당자로서, 퇴사를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시기도 했다. 어쨌든 9월쯤 앵콜을 다시 함께하고 싶다며 회사 단톡방으로 연락을 주셨는데, 이미 퇴사한 나는 단톡방에서 나온다는 걸 깜빡해 그 메시지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귀인님께 개인톡으로 퇴사를 알리며 안부인사를 남겼다. 그런데... 회사가 아닌, 나와 꼭 함께하고 싶다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서울에서 한 번 봅시다"
그렇다. 귀인님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열심히 반영하던 그 당시 그 에디터가 나였다.
후에 귀인님이 말씀하시길, 나의 집요함과 넘치던 열정을 좋게 봐주셨고 10을 말하면 15를 보여주는 사람이라 놀라웠다면서 극찬을 하셨다. 귀인님은 그 이후로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내 무너진 자존감을 재건해 주셨다.
아메리카노가 2만 원이던 그곳에서...
무슨 이야길 하게 될까, 많이 쫄아있었다. 회사의 대표님과 1:1 만남이라니...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어떤 제안을 받던 적당히 거절하자는 생각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묘하게도 며칠 전에 굉장한 악몽을 꾸었는데, 이 꿈이 무언갈 암시하려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