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합니다.
'한 번 더 노력해 보자'라고 다짐한 후 작은 오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오해로 회사에 대한 신뢰를 모두 잃게 되어 버렸다.
내가 이 회사에서 느꼈던 업무적 고립감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되짚어보면 지금도 돌연 슬퍼진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완전히 공감하리란 어려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에서는 당황스러워했고 미안해했다.
제때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해가 커지고 관계는 뒤틀릴 뿐이다.
면접 볼 때 항상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합니다]라고 떠들던 나였는데 창피하다.
이 회사와 내가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마지막 날, 동료들과의 마지막 식사시간과 티타임까지 알뜰하게 즐기고 회사 밖을 나섰다.
이 회사의 퇴사 문화가 있는데 퇴사자에게 꽃다발과 케이크를 준다는 것이다. 앞선 두 퇴사자들도 이 선물을 받았고, 직원들과 인증 사진까지 남긴 후 떠났다.
내 경우 사진은 없다.
앞의 두 퇴사자와 나의 다른 점은, 나는 자발적 퇴사 같은 비자발적 퇴사랄까...
이별을 직감하는 두 남녀가 서로 상대의 입에서 이별을 고해주길 바라는 상황과 비슷하다. 차일까 봐 먼저 차 버린 쪽이, 비참할 바에야 비겁함을 택한 쪽이 나.
사진을 남길 리 없지 않은가...
터벅터벅 지하철역 쪽으로 걷다가 곧 후폭풍이 밀려왔다.
[어쩌다 두 번씩이나 연달아 실패해 버렸을까]
내게는 상처뿐인 꽃다발과 케이크를 당근마켓에 올려 보았다.
“오늘 축하가 필요하신 분께 이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신청자들 사이에서 한 사람을 만났고 케이크와 꽃을 넘겨주었다.
기뻐하는 낯선 이의 얼굴을 보니 한 결 개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