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사랑이 어려웠는지 알았다.

듣고 싶었던 말

by 감사렌즈

마흔한 살이지만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어렵다. 왜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이유를 알고 싶다. 새벽에 눈을 뜨고 염주를 들고 108배 시작한다. 빨간 방석에 머리를 조아리는 데.. 눈물이 난다.


"난 처음부터 잘 못 끼어진 단추인가?"


6살 때 기억속으로 간다.천사의 섬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섬으로 데리고 간다. 엄마가 택시를 타고 아무 말 없이 떠나갔다. 나는 매일 엄마를 기다린다. 말없이 떠난 엄마가 밉다. 캄캄한 셀 수 없는 행성에 나라는 별이 없고..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존재 같았다. 우주의 미아가 된 기분이다. 엄마를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눈을 뜨면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30분 걸리는 선착장을 향해 걸어간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내리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앉는다. 배가 도착했다. 눈물에 흐려져 사람이 선이 흐리하게 보인다. 그 안에 기다렸던 엄마는 없다.


솔솔바람에게 부탁해본다..


바람아 우리 엄마에게 좀 전해줄래..

보고 싶어서 선착장에서 매일 기다리고 있다고.

엄마가 돌아오면 잘한다고.. 말 잘 듣고 착한 아이로 자란다고 전해줄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잠을 잘 때도 아침에 눈을 들 때도..

계속 눈물만 나.. 바람아.

바람을 타고 멀리 서울에 있는 엄마에게 내 마음을 전해줄래..

엄마가 서울로 돈을 벌러 갔데..

나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냥 엄마 옆에 있으면 주면 된다고 ~..




일어서 나서 친정 할머니 댁으로 걸어갔다. 그다음 날 눈을 뜨고 일어나서 옷 입고 있었다. 삼촌이 가지 말라고 말했다. 싫다고 말하니 팔을 붙잡고 부엌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더니 빗자루로 때렸다. 삼촌에게 왜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멍이 든 다리보다 이유 없이 맞는 심장이 더 아프다. 온몸은 멍이 들어서 이불장 속에 가두었다. 포근한 이불이 엄마품처럼 따뜻해서 껴안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 밝은 빛이 들어오더니 이불장 속에 꺼내서 나를 앉는다. 초저녁까지 일하고 돌아오신 친정 할머니다. 할머니는 나를 두 손으로 감싸 안는다. 너무 일해서 손가락 사이가 갈라지고 굳은살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신다. 할머니가 따뜻함 품이 포근하고 좋다. 물론 매일 나를 보면 때리는 삼촌이 있어서 도망치고 싶다.


눈물로 축축해진 비개에 누워서 엄마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곳 찾는다. 우리 동네에서 잘 사는 외삼촌 있었다. 5분 거리에 있지만 외숙모는 나와 남동생을 날카로운 눈으로 본다. 그래서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돌담에서 외숙모를 바라본다. 두 살 많은 사촌오빠에게 우리 엄마의 소식을 외숙모에게 물어봐 달라고 했다. 외숙모는 빨래만 마당에서 널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는데 눈물이 난다. 가엾다. 이때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다. 엄마가 8살 되기 전에 데리러 오셨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 말을 오늘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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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ttybphoto, 출처 Unsplash


"딸아.. 엄마 많이 기다렸지.. 잘 기다려줘서 고마워.. 엄마가 말없이 떠나서 미안해.. 사랑한다."


내면 아이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와락 나를 앉는다.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사랑해.. 그리고 괜찮아. 지금이라도 와줘서 너무 고마워.. "


육아를 하면서 '힘들다 ' 입에 달고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사랑이 왜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이제 조금은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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