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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사렌즈 May 09. 2023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

 혼자서 밥 먹지 않아도 된다. 이모가 옆집으로 이사 오셨다. 생각해 보면 이모가 이사 오고  밥에 대한 기억이 어둠에서 밝은 기억으로 바뀌었다. 전 혼자서 밥을 먹어야 했다.  엄마는 포장마차를 일하셨기 때문에 서둘러서 집을 나서야 했다. 그래서 저녁밥을 챙겨줄 여유가 없으셨다. 어느 날  부산에서 이모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밥통에 열어서 누런 밥과 김치를 먹는 나를 힌참동안 바라보셨다. 며칠 후 이모는 우리 동네로 이사 오게 되었다. 그렇게 이모와  이웃사촌이 되었다. 세상을 가진 듯 행복했다. 엄마가 8살기전 친정할머니댁에 맡기고 한참 떨어져 지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밥냄새가 슬펐다.


  이모가 옆집으로 이사온후  달라졌다.  치~치~돌아가는 압력밥솥이 경쾌한 음악소리처럼 들렸다. 흥얼거리면서 노래 불렀다.  갈색상에 위에 밥그릇 모락모락 김이 반갑게 인사한다. 뒤죽박죽 감자, 길쭉한 대파, 당근에 닭도리탕에 보고 있으니  엉덩이 들썩이면서 숟가락급해진다. 이모는 갓 구운 김을  상위에 놓는다. 밥숟가락을 들고 호호 ~ 한입 먹는다. 밥알  촉촉한 감촉이 느껴진다. 밥그릇을 밥을 먹고 나서 일어나려고 할 때 이모가 잔소리가 한다. 밥알 한 톨도 남기면 복이 안 들어온다. 다 먹어라.. 그때 그 말이 짜증스럽게 들렸다. 어른이 되고나서 그 말이 그리워진다. 밥을 먹고 나서 플라스틱에 통에 담근다. 이모에게 설거지를 도와준다고 하면.." 어서 가서 놀아 " 하면서 웃으시며 말하셨다. 저녁식사후  그릇이 산처럼 쌓였다. 이모는 웃고 있으셔서 설거지는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되고 나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밥을 차린다는 걸 사랑과 희생이 없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힘든 시간에 엄마와 이모 해주신 밥을 먹으면 힘이 난다. 아이들과 핸드폰, 닌텐도 때문에 잔소리하고 다툰 날,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지칠 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나지 못할 때 있었다. 그럴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 어디야? 엄마가 오징어 볶음 했으니깐 일 끝나고 찾으러 와?" " 응 엄마" 찾으러 와.. 힘을 내라는 말처럼 들렸다. 그래 지치고 힘들지 엄마 해준 밥 먹고 힘내..라고 말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빨간 앞치마를 매고 딸을 주기 위해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엄마 보니 힘이 났다. 엄마가 만들어준 반찬을 든 봉지를 들고 집으로 가는 길 신이 나서 그런지 노래를 흥얼거린다. 밥상에 밥한릇과 오징어볶음 보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한 숟가락 밥을 먹으니 눈물이 난다. 엄마의 사랑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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