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학교를 갔다 오면 책가방을 던져놓는다. 여기저기 읽던 책이 거실에 널브러져 있다. 보고 있는 내내 부글부글 뚜껑이 끓어오른다.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면서 달랜다. 뚜껑에 감정이 넘쳐 흐리지 않도록 들숨과 날숨에 집중한다. 잔소리해도 아이들은 듣지 않는다. 아이들은 원래 말을 안 드는 거 같다. 그래서 아이인가? 토요일 정토회 법회시간이 스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생각이 난다. 참지 말고 살펴보라고 하셨다. 왜 정리정돈이 되지 않으면 감정이 빨간 곡선이 올라가는 걸까? 유난히 화를 낸다. 그 감정을 며칠 지나도 커지더니.. 불쾌한 감정이 따라다닌다.
새벽에 명상 중에 답을 찾았다. 새벽 5시 눈을 감고 10분 명상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내 모습이 보인다. 이모와 함께 택시를 타고 불광동에 있는 큰 이모네 집을 향해 가고 있다. 2시간 정도 택시 타고 내려서 1층 주택집에 도착했다. 큰 이모네 집은 방이 4개 있었다. 그 방을 이모는 한 달. 두 달에 주기적으로 대청소를 해주러 갔다. 큰 이모네는 오빠가 3명 정도 있었다. 그중 나보다 4살 많고 볼이 통통한 사촌 오빠는 막내다. 그날 이모와 큰 이모는 청소도구를 산다고 시장으로 갔다. 나와 사촌오빠 단둘이 남았다. "야 빨리 청소해."그말 듣고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사촌 오빠를 노려보았다. " 내가 왜? 청소하려면 오빠가 해. 오빠네 집이잖아." " 우리 집 청소하고 돈 받으러 온 거잖아." 벌떡 일어나서 주먹 쥐고 씩씩대면서 대문을 차고 밖으로 나왔다.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다. " 이모 찾아서 시장 갈 거야 " 하면서 무작정 갔다. 손톱만 한 크기 시장이 우주만큼 커졌다. 처음 와본 시장을 이모를 찾아서 걷고 또 걸어도 같은자리이다. 도깨비불에 홀린 것처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올 때 해가 쨍했는데 달로 바뀌었다.
길 잃어버렸다. 경찰서를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저씨 저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해도 될까요?" 부동산 아저씨는 엄마에게 전화해 주셨다. 시간이 지나서 그날 떠오르니 아찔하다. 길 잃어버려서 평생 가족들 못 만났으면.. 생각도 하기 싫다. 2시간 정도 지나니 엄마가 왔다. 문을 열고 나를 와락 안아주셨다. 그전까지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무 말 없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어떤 감정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그런 답답한 부분을 이모가 엄마가 없을 때 말해주신다. 내가 없어지고 나서 엄마가 펑펑 우셨다고 했다. 가게 일하다가 급하게 불광동까지 택시 타고 왔다고.. 그 말 듣고 있는 데 기뻤다. 엄마는 늘 바쁘고 안아주지 않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명상을 통해서 답을 알게 되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알아차리 흘러 보낼 수 있어서 좋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니 똑같은 아들에 행동에 화를 내지 않고 웃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