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할 거야. 하기 싫어." 남편은 빽 소리 지른다. 7시라서 아이들 태권도 학원이 끝날 시간이 되어 부탁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거실에 팔짱 끼고 누워있다 . 보고 있으니 끓어오른다. 자식을 3명 키우는 기분이다. 육아를 도와주지 않고 누워있는 적은 처음이다. 당황스럽디만 짠한 마음이 든다.
몇 년 전 부동산 폐업하고 새로운 일 다니고 있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라서 1개월 만에 10킬로 빠졌다. 자식을 키우고 한가정을 꾸려나간 데는 무게가 느껴진다.
나 또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오전에 5시간 일하고 육아로 하다가 저녁에 엄마가게를 도와드리고 있다. 24시간이 부족한 시간이다. 몇 번이나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깨닫는다. 내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힘든 순간이면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이 줄다리 한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긍정적인 선택을 한다.
엄마 가게에서 일하면서 집에 누워있는 남편과 아이들이 걱정이 된다. 테이블 위에 열무를 담는 엄마가 보인다. 옆자리에 앉아서 열무를 무를 부분을 자르고 일정한 간격으로 다듬는다. 마지막 한단이 남았다. 잎사귀 위에 엄지손가락만 한 갈색이 보인다. 꿈틀거리면서 움직여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달팽이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는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온다. 달팽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흙이 가득한 농장에서 트럭을 타고 서울마트까지 오게 되었다. 먼 길을 오면서 힘든 일도 행복한 일도 있었겠지? 달팽이는 묵묵히 자기 길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 위로가 된다. 우리 부부도 이 길을 이겨내는 날이 오겠지? 남편이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 "여보 열무를 다듬다가 달팽이가 발견되었어..""정말!!" 남편의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