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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상처를 발견하다.

트라우마

by 감사렌즈
"삶의 고통은 피해 가는 게 아니야. 정면에서 맞이해야지.고통은 남이 절대로 대신할 수 없어. 오롯이 자기 것이든."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지음

남자가 강한 바람으로 페달 빠르게 밟으면서 어깨 옆을 지나간다. 남자 뒷모습을 보는 데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알 수 없는 감정이 든다..


'저렇게 가다가 사람들과 부딪쳐서 사고 날 수 있는데...'


모르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이는 걸까? 작은 점이 될 때까지 바라보다가 , 무사히 간 모습을 보고 나서 가던 길을 걸어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나는 걸까? 불편한 이 감정은 뭘까? 마흔 살이 넘었지만 자전거를 타지 않았을까? 내 안에 질문을 하다 보니 어린 시절 아빠와 연결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억은 없지만 이모에게서 듣게 되었고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자전거를 보는 게 두렵게 느껴졌다.


4살 때 아빠는 자전거로 출퇴근하셨다. 그날 집으로 오시는 길에 교통사로 우리 곁을 떠나셨다.차가운 시멘트에 아빠가 사고 난 모습이 그려져서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 엄마 우리 자전거 타 봐요.. 왜 우리는 자전거 안타요?"


8살 아들에 질문에 '타자'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는 건.. 아픔 기억 상자를 열어야 했다. 그러던 햇빛이 쨍하게 비추는 날 따릉이 대여소 보였다. 커플티를 맞혀 입고 자전거 앞바구니 체크무늬로 묶인 도시락이 담겨 있다. 여자친구에 뒤를 따라서 남자친구가 따라간다. 오늘 두 사람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날이겠구나.


자전거에 대한 기억이 다르구나.

나에게 자전거는 과거의 슬픔이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자전거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행복한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 보기로 했다. 그 주 토요일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 타기로 했다. 검은색 안장에 앉아야 하는데 심장이 곤두박질하면서 튀어나올 거 같았다. 앞을 향해 가는데 균형이 흔들리면서 고 일어나는 않는 사고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부딪칠 거야. 타지 말고 포기해. 위험해.'목소리도 들렸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손잡이를 꽉 잡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자전거 풍경과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미소를 지었다. 자전거를 타니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갇혀있던 나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남편과 두 아이들에 자전거 타는 뒷모습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자전거 타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슬픔과 고통에 갇히지 않고 슬픔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갇혀있던 슬픔을 꺼내서 슬퍼하기로 용기를 냈다. 어린 시절 울지 못한 슬픔은 글을 쓰면서 아파하면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현재 내가 보이기 시작했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 archduk3,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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