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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아빠의 육아휴직 프로젝트(2)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된 과거들


결심이 선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사실 특별히 바뀐 것은 없고 아직까지는 그저 꿈만 쫓아가는 느낌인데 그래도 뭔가 방향성이 생겼다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이다. 사람은 뭔가 목표가 있어야 뛰어다니지 않겠는가? 딱 내가 그런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간 회사를 다니면서는 딱히 뭔가 목표가 없었다는 것을 본다면 처음 생긴 목표가 휴직이라니 조금 웃기긴 하는데 그래도!!! 이건 꼭 지킬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다^^(허허허허허허)




말없이 망가지는 설비와 싸움하다가 교육 쪽 파견으로 교수 생활을 2년 8개월 했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덕에 맨날 기계와 씨름하고 힘들어하고 정말 주말도 없이 정신없이 생활을 하다가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주말이 있고 퇴근이 있고 거기다가 아이들과 와이프와의 관계도 굉장히 돈독해졌다. 물론 약간 시한부 인생 같은 시간이었지만 그 덕에 그동안 꿈으로만 생각했던 경영전문대학원도 졸업했다(자비로... 흑....ㅠㅠ) 이 과정에서 사실 가장 고생했던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뒷바라지를 하는 와이프였는데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결혼할 때 들어갔던 대학원을 아이 출산으로 인해서 졸업도 하지 못하고 휴학을 한 이후 끝까지 하지 못해 제적이 된 상태였고 그렇게 10년이 넘게 흘렀다. 그때 그 기억이 항상 미안했는데 우연한 기회가 생겼다.


사실 처음에는 와이프의 취직과 관련하여 고민을 하던 찰나였다.

주부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고 과거 교육학을 전공하였으나 졸업을 하지도 못한 상태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하기가 좀 애매한 상태에서 생각이 난 것이 ‘사서’였다. 작년부터 알아본 것은 4년제 졸업자도 ‘사서 교육원’에 들어가서 1년 학습을 하면 ‘준사서’ 자격증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것을 노려 보기 위해서 성균관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발생한 코로나는 이러한 오프라인 교육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는데 어쩌면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었다. 오프라인으로 계속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온오프 병행으로라도 유지만 된다면? 이거 1년 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생각에 와이프도 동의를 하였고 지난주에 급하게 마지막 날 지원을 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보니까 면접을 온라인으로 치르는 것을 본다면 적어도 1학기는 무조건 온라인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와이프의 친구 중 도서관장을 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조금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보통 파트로 사서를 뽑는 경우가 꽤나 있는데, 준사서는 거의 뽑지 않고 바로 윗단계인 ‘2급 정사서’(보통 4년제 문헌정보학과 졸업하면 나오는 자격증)를 뽑는다고 한다. 준사서와 2급 정사서가 하는 일이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할까? 그러면 준사서를 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을 했던 찰나, 전공과 관계없이 대학원을 졸업하면 동일한 상태에서 1년 학습 시 2년 정사서를 취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었다. 그러면 준사서 과정을 뭐하러 준비한 거지???? 대학원을 졸업하면 된다는 것인데... 제적당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라는 의견이 둘이 모아지면서 당장 대학원으로 전화를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어차피 안되면 그만 되면 나이스인데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우리끼리 생각은 뭔가 신이 내린 기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와이프가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학적과에 전화를 했다.

혹시나 안된다고 하면 무슨 핑계를 대야 하나....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눈물샘 쏙 빠지게 하는 그런 슬픈 이야기를 장전하고 총알을 발사하려고 하는 순간.......

“되는데요? 교수님이 오케이만 하면 됩니다. 기존에 들었던 학점도 다 인정되는데요?”

“네!?....... 네!!”

애초에 물어볼 생각을 안 했으니 이렇게 쉽게 될 줄 몰랐다...(그냥 생각에는 요즘 대학원 장사가 안되나 싶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일단 뭐든 부딪혀야 나온다는 결과라고 할까?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겁부터 먹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실행해서 실패하더라도 잃는 게 없다면 당연해 실행하는 것이 맞겠지?


왜 내가 휴직을 하는데 와이프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하냐고?

휴직을 하는 당위성 중에 하나라고 할까? 사실 휴직이라고 타이틀을 걸고 나서 내가 ‘왜 휴직을 해야 하는가?’라는 것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웃기긴 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와이프의 남은 1년간의 대학원 생활, 그리고 추가 1년의 2급 정사서 과정을 지나고 나면 그 사이에 내가 아이와 좀 더 같이 있을 시간을 늘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Reason을 하나 추가했다고 할까? 일단 집안 마나님이 즐거워해야 휴직을 하더라도 뭔가 뿌듯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이유를 하나씩 늘려가면서 준비는 되어가고 있고 적어도 와이프가 심심할 틈은 정말 1도 없을 거 같아서 뭔가 맘에 든다(둘 다 한가하면 너무 백수삘이자나!)




그러면 이제 나의 이유를 한 번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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