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향기 Jul 21. 2021

나 답게

기타 줄을 튕기는 그 순간. 손 끝에 아로새겨지는 기타 줄의 아픔. 

그것은 아픔이라기보다 수행이다. 이 손가락 끝의 아픔이 깊어지고 굳은살이 생기면 분명히 나은 실력을 가지게 될 것이니까 아프지 않다. 

손가락의 아픔은 은근 기쁨이며 노력하고 있다는 나만의 자부심이다.

“삼, 이, 일, 일, 이, 삼!”

입으로 손가락 번호를 새어가며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의식적으로라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동적으로 움직일지 모른다. 아니 움직일 것이다. 재능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 이 나이에 기타리스트 될 것은 아니니까 그냥 노래 부르며 신나게 노는 즐거움. 그것만이어도 꽤 좋다. 내 안의 흥이 있다고?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고?

아니다. 나는 그냥 나이다. 

기타를 배우고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고 내가 바뀌지는 않았다. 단지 새로운 삶의 영역을 만난 것뿐이다.  여전히 소심하게, 조심스럽게, 타인의 시선을 대단히 의식하면서 말이다. 


흥미는 많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히지만 참 여유롭다. 

잘하지 못해도 기분이 참 좋다.  어제는 자전거를 두 번째로 탔다. 매번 우리 아이들만 잘 타라고 하다가 낮은 바퀴의 딸아이의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기를 몇 번 하다가 집 앞 학교 운동장을 크게 몇 바퀴를 돌았다. 잘 타고 가다가 긴장한 탓에 핸들을 흔들다가 중심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내리막길이 무서워 브레이크를 잡고 가다가 앞으로 넘어질 뻔도 했다. 다리 알통과 정강이에 퍼런 멍자국 몇 개가 생겼지만 기분이 괜찮다. 바람에 얼굴을 맞는 것도 내 힘으로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도 멋지다. 옆에서 두 아이가 방법을 계속 일러준다.    


“엄마! 시선을 멀리 봐야 돼! 자전거만 보고 있으면 금방 넘어져!”   


그러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멈칫 선다.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싫다. 참 나답게 타고 있다. 얼른 사람이 지나가길 바라며 또다시 휑하고 페달을 밟아 본다. 

어렸을 때 나는 뭐했을까?

이런 것들 하나 익혀놓지 못하고...   

봐봐~! 또다시 지나치게 자신을 비하하는 모드로 돌입하다니... 


역시 나는 변하지 않았다.    

내가 낸 두 번째 교통사고. 사다리차 끝머리에 타이어는 찢어지고 차 아래쪽이 찌그러졌다. 항상 남편이 처리해줬는데.... 어쩌나...

상대방 운전자는 보자마자 버럭 화를 내며 덤벼든다. 화난 사람과 싸운 적이 없는지라 덤덤히 보험회사 직원을 부르고 해결을 요청하며 유유히 출근을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자리에 앉으니 손이 벌벌 떨고 있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삶들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나는 확장된 삶의 영역을 '나답게 떨면서 소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답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