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답이 있을 게야

(2023.6.8.)

by 박진환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말이 시끄럽다. 대단한 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선생님, 00가요. 펜티를 들고 나한테 장난쳤어요."

"맞아요. 00가, 펜티를 들고 막 버스에서 장난쳤어요."


오늘도 00녀석이 시작부터 한 건 했다. 지난 100일 동안 내내 주의를 주었지만, 도무지 바뀌지 않는다. 그냥 장난이 심하고 몸으로 움직이는 걸 지나치게 좋아하는 아이 정도로 받아들이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심하거나 엉뚱한 장난을 많이 칠 때면, 우리 학교이야기를 들먹인다. 우리 학교에는 친구를 괴롭히거나 심한 장난으로 불편함을 주는 학생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 그런 친구는 우리 학교에 오래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늘 그때 뿐이다. 오늘도 자숙하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자기 흥을 못 이겨 돌아다니고 장난을 또 쳐서 오후에 또 주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이가 사실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이 많은데, 이런 장난 때문에 그것이 감춰지거나 잊히는 일이 많다. 몸으로 움직이는 삶에 익숙해진 아이가 쉽게 교실수업이나 공립학교 생활에 안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민원이 자주 들려오는 터라 주의를 주거나 잔소리를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1학기는 몰라도 2학기에는 좀 달라지길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기다린다 00야, 제~~발~~


첫 시간은 오늘 곧바로 들어갔다. 수학진도에 너무 여유를 부린 탓에 놓친 것도 보인다. 알고는 있으나 그것에 익숙해지고 단련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남은 50까지의 수를 읽고 세는 걸 글로 쓰게 했다. 조금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오늘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집중력을 발휘해 주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는다. 다만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내가 아이들 재촉을 잘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로 고민되는 지점이 조금씩 생긴다. 재촉한다고 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한데.... 아무튼 그리고는 레켄렉으로 10 가르기를 익히고 곧바로 자석 수막대로 10을 만들어가는 놀이를 했다. 특히 수막대로는 아예 처음부터 던져주고는 10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어떻게 막대를 배치해야 할까를 물었다. 여기에 즉각 반응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보였다. 눈치와 감각이 있는 아이들은 수막대의 크기로 10을 맞추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흰 막대 하나로 개수를 채우는 모습도 보였다. 다시 힌트를 주며 안내를 하고 지도를 다시 하여 10이 완성되는 막대의 틀을 맞춰내는데 성공했다.


이후로는 문제를 내서 6막대를 부르면 4막대를 찾고 3막대를 부르면 7막대를 찾아 보는 놀이로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했다. 나중에는 10을 완성 시키는 짝이 되는 수를 빨리 알아보는 확인을 했다. 아이들은 별 거 아닌 이런 활동에도 재밌다고 한다. 정말 별것 아닌데도 오늘 가장 흥미로워 했던 놀이수학은 1~50까지의 수를 적은 카드를 무작위로 나눠주고 1인당 5~6개 카드를 차례에 맞춰 손을 들고 수를 읽으면 되는 놀이이다. 1학년을 맡을 때마다 했는데, 늘 아이들이 긴장을 하며 즐기는 놀이이다. 자기 차례에 자기가 가진 수를 보며 차례에 맞춰 카드를 들고 읽어내야 하는데 꽤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가진 숫자 카드를 보지 않고 주변을 둘러 보는 경우가 있어 우스운 상황이 빚어지곤 한다. 오늘 결국은 자주 중간에 끊기고 틀려 50까지 수를 완성하지 못했다. 아쉬운 아이들은 수업 마치기 전에 한 번 더 하자 했는데, 아이들이나 나나 그만 깜빡했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로는 어제 미처 하지 못한 복모음을 낱말쓰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요즘 아이들이 낱말을 찾아 만들어 내보는 걸 매우 좋아라 한다.


문득 **가 수학시간에 10 가르기로 친한 숫자를 이어 놓은 자리에 이것도 있다고 하는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10과 0. 교사의 부족한 부분을 아이들이 채워 준다. 교사가 다 잘하는 것 같지만, 그건 정말 오만한 짓이다. 장난이 심한 00와 다음주부터 상담을 하면서 지나치게 흥분하고 장난을 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보려 한다. 그 답을 00녀석이 주었으면 좋겠다. 아직 한글에 대한 감각을 높이지 못하는 두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려 한다. 방학을 앞 두고 남은 나날 한 달 남짓. 적어도 읽는 법은 알게 해야 하는데, 그 답도 녀석들이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분명 줄 것이다.


아~ 내일은 드디어 100일째 되는 날이다. 새싹이들의 입학 100일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이들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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