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비틀거렸다

by 들풀



코트에는 저녁 햇살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땀이 번들거리는 경찰 후배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내가 끼어 있었다.

라켓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어색한 자세가 드러나자 후배들의 시선이 잠시 내게 머물렀다.

그 눈빛 속에는 장난스러운 웃음도 약간의 호기심도 섞여 있었다.


"라켓은 이렇게, 손목 힘을 빼고 그렇지, 스윙은 허리에서 나온다."

대장 아저씨의 목소리는 늘 군기가 잡힌 듯 엄격했지만, 그 안의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

그는 후배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몸의 각도를 교정했고, 내 차례가 오면 한층 신중해졌다.

마치 나를 지나치게 긴장시키지 않으려는 듯, 목소리를 낮춰 천천히 설명했다.


나는 코트 위에서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자꾸 발끝만 내려다봤다.

그럴수록 라켓은 뻣뻣해졌고, 공은 허공을 갈라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후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대장 아저씨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바로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 무렵 대장 아저씨는 술에 점점 깊게 빠져들었다. 회식 자리만 잡히면

그는 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비틀거렸다.

술병은 그의 손에서 마치 수도꼭지 같았고, 끊임없이 기울어졌다.

맑던 눈빛은 흐려지고, 말끝은 점점 풀려갔다.


"대장님, 이제 좀 조심하셔야죠. 건강도 챙기셔야 하고요."

후배들이 걱정스레 달래도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괜찮아. 이 정도는 아직 나를 버티게 해주는 약이지."

하지만 그 말과 달리, 그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는 피로와 허무가 묻어났다.

경찰서장으로 퇴임하지 못한 아쉬움, 잃어버린 가정의 빈자리, 그리고

홀로 남은 노년의 쓸쓸함이 잔마다 녹아드는 듯했다.

술은 그에게 위로이자 도피였고, 동시에 스스로를 갉아먹는 칼날이었다.


그렇게 잔뜩 마신 술 때문인지 다음 날, 대장 아저씨는 코트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늦잠을 잔 줄 알았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봐도 받지 않았다.

나는 걱정스러워 후배들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하지만 후배들도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찾아간 그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대장 아저씨가 거실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시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가 도착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입원한 그는 침대 위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평소 강인했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희미한 얼굴과 힘없는 손짓만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의 삶 속 고독과 좌절, 그리고 술이라는 도피가 얼마나 깊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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