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백

by 들풀



어느 날 훈련이 끝나고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네."

순간, 라켓을 쥔 손에 힘이 빠져나갔다. 바람이 불어오지 않았는데도 내 호흡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먼 하늘을 바라보다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지낸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거기엔 단순한 호감 이상의 오래된 고독이 묻어 있었다. 내가 혼자인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십 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남편과 합의이혼을 했다. 이 남자는 무려 17년의 나이차가 난다. 남편은 자상한 면이 많았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신념이 오히려 내겐 굴레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옮음을 앞세우고 규칙을 강조하는 그의 곁에서 나는 점점 숨이 막혔다. 삶의 작은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듯한 답답함 속에서 결국 우리는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장 아저씨는 남편의 성격과 너무나 닮아 남편이 다시 돌아온 줄 알았다.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내 소원은 한때는 경찰서장으로 퇴임하는 게 꿈이었어. 평생 쏟아부은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 같았거든. 그런데....... 끝내 이루지 못했지."

그는 평정은 늘 만점이었고, 경력평정 또한 승진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남은 관문은 심사 승진이었다. 거기에서 발목이 잡혔다. 윗자리에 오르려면 실력만으로는 부족했다. 줄도 잡아야 했고, 보이지 않는 뒷거래도 필요했다. 그는 윗사람에 돈도 쓰고, 선물도 아끼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힘이 모자랐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보이지 않는 벽은 높았다. 그 벽 앞에서 그는 좌절했고, 서글픔을 곱씹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로 스스로를 끝낼 생각도 했어. 하지만.... 자식들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차마 못했네."

그의 목소리는 무심한 듯 담담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깊은 상처가 잠들어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복잡하게 얽혔다. 그의 고백은 한 남자의 마음이기도 했고, 동시에 평생의 무게가 섞인 절규 같기도 했다.

담담히 내뱉은 그의 말은 오래 마음에 맴돌았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 속엔 한 남자의 진심이 있었지만, 동시에 평생의 규율과 책임이 남긴 그림자도 함께 있었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01화1. 스윙,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