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한해를 돌아보니 마라톤에 올인한 것 같았지만 부족함을 매번 느끼면서 대회에임했던 것 같다.
물론 훈련도 열심히 했지만 상반기에는 만족할 만큼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열심히 훈련을 하여성과를 내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하였고 주 3회 훈련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훈련했던 결과물을 얻기 위해 23년 12월 시즌 종료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였다.
두근 ~두근, 드디어 23년 시즌 종료 대회 아침이 찾아 왔고 나는 여의도로 향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참가 선수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선수들의 모습을 보니 열정과 온기로 뜨거워져대회장을 축제로 만들었다.
대회장을 둘러보고 준비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이 가벼워졌고느낌이 좋았다.
"왠지 예감이 좋은데 이번 마라톤도 2시간 안에는 충분히 들어 올 수 있을 것 같아. 최선을 다해보자."
이후 난 5분의 페이스를 유지 한채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렸으나 쉽지는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달려 나갔다.
하절기 대회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대회라 성적을 올리고 싶었다.
마침내 예상했던 결과 하프 1시간 48분을 기록하였다. 그동안 1시간 50분 뒤의 기록이 많았는데 1시간 50분 벽을 넘어선 것이었다. 나 자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2023년도 끝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갑진년(2024년)이 되었다. 겨울철이라 훈련하는 날이 많지 않았지만 2월 말에 있을 오사카 마라톤 풀코스 준비를 하기 위해 훈련을 쉴 수 없었다.
퇴근 후나 출근 안 할 때는 춥지 않은 날에 훈련을 하였다. 그렇다 보니 하절기때와는 다르게 훈련양이 많지 못했고게을러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이때나 자신에게 자만감이 넘치는주문을하고 말았다.
'동절기라고 해서 다를 이유가 있겠어, 평상시 하던 대로 하면 그까짓 풀코스 충분히 할 수 있어, 지금껏 풀코스 3번 경험 했잖아.'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훈련에 임하였다. 사실 풀코스 대회를 앞두게 되면 장거리 훈련을 많이 해야 되는데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보니 단거리 훈련 밖에 하지 못하였다. 그나마 2월 중순에 하프 대회가 있어 다행이었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나에게 들이닥칠 일에 대해서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 대망의 2월이 다가왔고 오사카로 출국하는날이 밝아와 인천공항으로 달려갔다. 이때까지도 나의 몸은 정상이었다. 그리고 일본에 도착하여 조금씩 걷다가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왼쪽 발목이 왜 아프지? 그동안이런 일이 없었는데 내일 마라톤은 어쩌지' 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찾아온 대회인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꼭 달려보고 싶었던 대회 오사카 마라톤.
'그럼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야 아니야 힘들어도 달려 보자 저녁에 조금 쉬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나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대회 당일 통증은 있었지만 파스도 바르고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한 뒤 대회장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오사카성 인근에서 출발 신호소리와 함께 달렸다. 얼마쯤 달렸을까? 약 10km 지나니 서서히 발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고 걷더라도 달려야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수도 아닌 내가 무슨 의미에서 굳이 아픔을 감수하고 달려야 한단 말인가? 선수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달리는 내내 머릿속을 스치며 맴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보슬비처러 내리기 시작하였는데 체온도 떨어지고 발목까지 아프니 페이스가 엉망이었고 텅 빈 느낌이들었다. 그렇게 발목의 고통을 감수하고 절뚝거리면서 42,195km 풀코스 완주를 하였다. 생애 4번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였지만 나의 발은 달리기가 불편할 정도로 만신창의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 정형외과에 방문을 하니 당분간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말 달리고 싶은데 달리지 말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나니 의기 소침해졌다. 달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요, 낙이었는데 달리지 말라니~~~
충분히 이해는 간다. 과도한 운동보다는 다음 대회를 위해서는 휴식도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이 규칙을 어기고 3월에 서울 마라톤에 도전하였다.
정말 의사의 말도 듣지 않고 무모한 행동을 하고 말았다. 완주 후 통증은 이룰 말할 수 없었다. 부상을 당하고도 마라톤을 하다니 정말 나도 어지간히 말을 듣지 않는다. 부상과 마라톤 앞으로 어찌해야 될까?라는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운동을 하려면 충분한 워밍업이 필요하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훈련양이 부족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선수들도 부상을 당하면 포기한다.
운동이란 얼마나 연습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주어진다. 물론 과도한 연습도 부상으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충분한 연습을 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다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즉 전문적인 운동선수나 일반인들도 충분히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성적보다는 내 몸이 우선이지 않을까? 다음 경기를 위해서는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