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점으로 본 페미니즘

목줄이 채워진 아이들

by 파이썬

만약 고등학교 교복이 편한 체육복차림이었다면 어땠을까?

사회에서 생각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고등학교 교복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학교는 여학생 교복디자인엔 허리라인이 잡혀있으며 전체적으로 색감이 핑크색을 띤다. 또한 바지의 선택지는 없이 남학생과 동일한 체육복 바지만이 주어진다. 항상 내가 교복을 입으며 느껴왔던 불편함은 허리에 잡힌 라인이었다. 물론 나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한 명의 학생으로서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땐 예쁘다고 소문난 학교의 교복이 좋기도 하였으나, 3년 정도 학교를 다니며 이것 또한 유구한 성차별이라 느꼈다. 한국은 고등학생에게 비이상적인 학구열을 요구하며 이미 아이들을 압박하는데, 그저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교복도 불편하게 입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교복디자인 말고도 학교에선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심지어 때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마저 서슴없이 혐오발언을 하며 아이들의 무의식에 혐오와 차별을 심어준다. 흔히 남학생들은 페미는 정신병이라 칭하며 여성인권운동을 비하하고 비웃는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슬픈 점은 여학생들조차 그 말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페미니즘의 주가 래디컬페미니스트이기에 그들에게 과격한 이미지가 써진 것은 이해하나, 어느 성향인지를 다 떠나서 당연히 여자라면 여성인권을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아이들이 말하는 페미는 정확히는 '남성혐오'에 가깝다. 물론 아직 어려서, 좀 더 사회에 나가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들도 많겠지만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남성혐오라는 사회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뉴스기사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는 비이성적으로 남성에게만 관대하다. 여자라는 이유로 맞고 죽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당장 다크웹 범죄만 보더라도 여아들의 성착취물사이트가 대부분이며 끝도 없이 여성이 성적대상화된다.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고 그저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아 죽고 어린 여성이란 이유로 아니꼬운 시선들을 받아야 하는 게 한국의 여성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우리에게 "몸을 조심해라"라는 말만 반복한다. 피해자인 여성이 몸을 숨겨야 하는 게 정말 맞는 것일까? 남성의 성욕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며 성을 매매하고 성적언급을 정당화하는 사회가 나는 정말 이해 안 된다.


우리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나도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안다. 사회운동가들이 이상을 좇다 문제가 생기는 면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건가? 나 혼자만 잘 살면 끝인 인생일까?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고, 학교를 다니게 되는 것이 태초부터 당연한 일이었나?


페미가 욕이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여성의 인권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고 가려지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언제쯤 여성은 불안에 떨지 않으며 화장실을 갈 수 있고, 밤늦게 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가? 지금 이 사회에 심각한 젠더갈등은 정당한 것이다. 학교에 앉아 가만히 대화를 듣기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놈보다 년을 더 많이 쓰고 코르셋을 쓰지 않은 아이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정의한다. 어떻게 아이들이 혐오를 안 느낄 수 있을까? 티브이만 틀면 여자가 죽어나가고 사회는 여성을 향해 돌을 던지는데, 어떻게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까지 그런 일이 똑같이 일어날까?


내가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수자나 약자라고 해서 그 집단이 무조건적으로 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집단에게 사회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차별을 하며 인간의 인권을 깎아내리냐의 문제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일반적인 직장인이 이런 사회문제를 생각하긴 힘들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과 시간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의 입에서 거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여러 의견을 내고 서로 대화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아이들은 모두 입시에 지쳐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결국 모든 사회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능력주의와 학벌주의 또한 여성차별과 혐오까지, 우리 사회는 여러 문제가 긴밀히 엵혀있는 것이다. 또한 트랜스젠더와 같은 퀴어들의 인권문제나 장애인, 노인, 어린아이까지 우리는 결국 그물망에 걸린 생선들처럼 커다란 부조리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면 그것이 내가 느낀 세상이고, 사회니까.


추신. 여성을 위해, 소수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우리의 움직임으로 조금 더 나은 사회가 오길 바라며, 당신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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