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얼굴에 나비가 앉았다
9모가 얼마 남지 않은 최근, 내 얼굴에 나비가 앉았다. 루프스 면역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겐 흔히 생기는 피부염증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난 6년 동안 포도막염을 앓으면서 한 번도 루푸스라는 진단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루마티스계열 면역질환 검사를 받았지만 조금의 가능성이 있을 뿐 '진단'을 받진 못하였다. 얼굴에 염증이 생긴 것은 아마 스트레스 때문 일 것이다. 9모가 다가오는 도중에 친구 한 명과 싸움을 했다. 싸움이라기보다는 그 친구의 진실된 의견을 듣고 싶어 아이들끼리 마련한 회담장소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끝끝내 자신의 감정과 아픔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 내 친구들을 괴롭혔다. 아직도 그 친구가 손을 벌벌 떨며 나와 내 친구에게 "사랑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오른다. 그 자리에서 나는 정말 세상이 떠나가듯 울었다. 울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런 사람한테 시간을 쏟고, 기회를 수도 없이 준 것이 후회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그 아이가 미웠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서서히 얼굴에 염증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틀 내로 얼굴이 심하게 붓고 물집이 올라왔다. 가족도 그리고 심지어 나조차도 몰라볼 정도로 얼굴이 부었고 얼굴엔 나비와 같이 염증이 내려앉았다. 병원에서는 루푸스로 인한 염증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검사를 하고 몇 년 동안 먹지 않았던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다. 지금도 스테로이드를 먹었는데, 중학교 때 느꼈던 독한약을 먹으면 느껴지는 특유의 심장 답답함이 또다시 떠올랐다. 집에 와서 나는 루푸스에 대해 찾아봤다. 루푸스의 어원이 늑대라는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증상은 나와 거의 일치했고 검사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나는 내가 만약 루푸스환자이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하였다. 6년 동안 면역과 싸웠다. 자그마치 6년 동안. 나의 모든 학창 시절을 대학병원에 바쳤다. 그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좌절하고, 슬퍼하기도 했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나는 거대한 불행이 오면 오히려 잠잠해지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공부, 운동, 식단 관리 등.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살고 싶기 때문이다. 어차피 죽을 기회 따위 주어지지 않으니까. 그냥 현재를 묵묵히 버티는 것이다. 바쁜 일상 가운데 책도 읽고 게임도 하다가 공부도 하고 그렇게 의무를 다 할 뿐이다. 오히려 아프니 시험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었다. 물론 대학은 잘 가고 싶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안된다면 안타까운 것이고 된다면 기뻐하면 될 일이다. 내가 루푸스든 아니든 결국 나는 나니까. 내가 외계인이어도, 늑대인간이어도 결국 나는 나고 앞으로도 쭉 변함없이 나읽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불합리와 억까들은 내게 오히려 삶의 추진력을 준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때로는 정말 잔인하지만 어떨 때는 사람을 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