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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26. 2020

독일인의 방식

이슈


(독일인의 방식)

20세기 산업 시대에 독일인들의 합리성과 근면성, 그리고 선반 기술 등 독일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모범이었다. 현재도 유럽의 여타 국가들이 10여 년 전부터 경제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독일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경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인들의 사고방식 속에서 개인이나 국가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20년 전에 콘래드 자이츠(Konrad Seite)라는 독일의 외교관이 <일본과 미국의 도전>에서 당시에 미국과 일본이 미래 먹거리인 IT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독일은 자동차 등 19세기형 금속 기술에 머무르고 있고 이대로 가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독일 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대부분 사장이 이 책을 읽었다. 그 이후로 독일 산업이 IT산업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늘렸고, 특히 벤츠사는 해외공장 설립 투자 망을 확대하는 등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대폭 변경하였다. 그 이전에는 벤츠 자동차는 독일 국내에서만 벤츠를 생산하는 것을 프라이드로 생각했다. 이런 독일 사람들의 혁신 정신은 배울 점이 있다. 이에 반해 프랑스의 푸조 자동차 회사는 세계적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서 2014년 무너진 바 있다. 참고로 <일본과 미국의 도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IT산업에 집중 투자를 할 때, 당시 신흥국가였던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미래의 또 다른 먹거리로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 전지 배터리 자동차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독일 산업계에서는 새로운 논쟁이 일고 있다. 기존의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기술에서는 독일이 최고지만, 다른 경쟁국들이 수소자동차와 전지 자동차 기술로 나가는데 독일만 뒤처질 것을 우려해서 독일 자동차 산업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화석 연료 기반의 자동차 엔진 산업을 대폭 변경하게 되면, 1백만 명의 자동차 산업 근로자와 수백만 명의 부품산업 종사자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재교육 문제가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석유엔진 자동차는 제작에 부품이 2,000개가 필요하지만, 전기자동차는 200개만 필요하기에 기존 산업의 전반적인 재배치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어떻든 독일인들이 20여 년 전에 IT산업 확대 진출로 산업 노선을 변경했듯이, 지금 독일은 다시 새로운 자동차 엔진 산업으로의 질적 변화를 놓고 내부 논쟁 중이다. 장래에 석유엔진 자동차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재배치 문제는 세계 7위의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에도 해당한다.


(독일의 골든플랜)

한편,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실의에 빠져있던 독일인들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독일 정부는 전국적으로 스포츠시설을 확대하는 골든플랜을 시행하였다. 골든플랜은 1959년 독일올림픽협회가 제안했고, 독일 정부가 1960년부터 시행해서 이후 15년 동안 전국에 수만 개의 축구장, 테니스장, 실내수영장 등이 생겨났다. 독일 국민은 이러한 스포츠 활성화 덕분에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였고,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 미국은 먀살 플랜을 통해 전후 독일 경제부흥을 시도하면서, 골든플랜을 통해 독일인들의 재건 의지가 확고해졌음을 목격하였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콘래드 아데나워 수상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독일인들에게 음주를 자제하라고 당부할 정도로 독일인들은 실의에 빠져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국가 올림픽 협회의 골든플랜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당시 독일 정부는 재정 형편이 몹시 어려워서 스포츠시설 건설을 위한 재원이 없었다. 골든플랜에 따라서 독일의 상업 부자들이 각자 자기 고향에 스포츠시설을 건립해 주었다. 민간인 부담 원칙의 골든플랜은 대 성공을 거두었고, 오늘날 건강한 독일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창의적인 정책 제안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본보기이다. 또한, 패전으로 독일 청소년들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상실하자, 별도로 청소년 전국 순례 행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모든 학생이 반별로 담임 선생님의 인솔 하에 등에 배낭을 메고 전국의 명산지를 다니면서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하였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 전국 명산지에 학생들의 숙박시설로 건립한 유겐트헤어베르게가 오늘날 관광객들이 사용하는 유스호스텔의 원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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