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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04. 2021

생각에 관한 생각(책 리뷰)

심리학자이면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창시했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을 통해서 인간의 복잡하고 통합적인 사고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인간의 직관적이고 자동적이며 빠른 생각을 ‘시스템 1‘로 명명하고,  논리적이고 느린 생각을 ’시스템 2‘로 명명한다. 인간의  생각은 습관적으로 자기모순적이고, 정보를 왜곡하고, 우리를 잘못 인도하며,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두 가지 사고 시스템의 조화를 이루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빠르게 생각하는 시스템 1은 2+2를 즉시 계산하거나, 운전을 할 때, 소리 나는 곳을 판단할 때처럼, 직관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을 보이고 감정을 읽을 때 사용된다. 시스템 2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거나, 수학 문제 풀 때나 세금신고서 작성 때처럼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천천히 생각할 때 사용된다. 보통 사람들이 시스템 2의 사고를 더 평가하지만, 두 사고 시스템은 분업의 원리에 따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한다.  평소 사람은 빠른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 1의 상태에서 살고 있으며, 종종 시스템 2를 활용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시스템 1로 전환해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예을 들어, 천천히 걸을 때는 시스템 1이 작동하지만, 의식적으로 걷기 속도를 올리려고 하면 시스템 2로 변경된다. 따라서 수학 문제를 풀면서 동시에 걷기는 어렵다. 뇌가 집중 상태에서 걷기라는 추가적인 부담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스템 1은 나중에 보면 틀린 정보라도 일단 신속한 판단을 내리고 나면, 그 판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시스템 1은 서로 상관이 없더라도 연속해서 두 단어를 들으면,  이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바나나라는 단어를 들은 후에 토하다는 단어를 들으면, 몸이 토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 정보 제공을 통해 상대방의 시스템 1에 호소하는 것이 좋다.      


시스템 1의 사고방식은 세상이 연결되고 의미 있기를 선호하고, 인과관계적인 설명을 추구한다. 비록 일부 정보만 있어도, 시스템 1은 모든 스토리를 안다고 단정하고 이에 기초해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운동선수가 건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운동도 잘할 거라 판단한다(후광효과). 마찬가지로 상호 연관이 없는 데도, 최근에 경험한 일과 특정한 사실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시스템 2는 이미 잘못 판단한 시스템 1의 결정을 더욱 합리화하는 이유를 찾아내서 전체적으로 더 큰 오류에 빠지게도 만든다. 한편, 저자는 "예측 못한 일이 발생하면, 사람은 그런 놀라운 상황을 수용하기 위해서 기존의 세계관을 즉각 수정한다"라고 말한다. 즉 발생한 상황에 대한 정확성이나 관련성을 판단하지 않고, 그 사건의 외양만 보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에 따라 어떤 상황이 무작위로 발생해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인과관계적인 해석을 하려고 애쓴다. 야구선수가 1학년 때 잘하다가, 2학년 때 잘 못하면, 그럴 수도 있음에도 여러 가지 논리를 만들어서 못하게 된 상황을 해석한다. 사람은 운이나 통계적 요인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도덕이나 기술 등을 강조하는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아내기도 한다. 위인들의 수많은 실패에는 관심이 없고, 몇 개의 대단한 성공에만 집중한다. 자신의 일을 이야기할 때는 너무 낙관적이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경제적 전망이 어두워도 기업가들은 자신의 신규 사업만은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낙관성이 경제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확신에 찬 믿음이 꼭 옳다는 보장은 없다. 시스템 1은 사람들이 전문분야에서 자신의 직관과 유효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평가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방수나 마취사들은 수많은 현장활동과 경험을 통해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주식 시장 분석가, 정치가 등처럼 판단과 결과에 큰 차이가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너무 신뢰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시스템 1은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즉시 제시하지만, 그들의 직관이 틀릴 수 있고, 우리의 시스템 2도 이들의 오류를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을 생각보다 좋게 여기며, 우리가 설정한 목표도 쉽게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사람은 자기 물건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기 집의 가치를 객관적인 기준보다 높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사고 가능성에 대해 너무 걱정하는 태도가 오늘날 보험회사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합리적 사고 성향 때문에 저자는 사람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가정하에 성립된 경제학 이론도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해당 정보의 출처 및 객관성, 정보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우리의 확신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에 의하면, 두 가지 생각 방식 외에도 사람에게는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있고, 두 자아는 삶의 질과 관련해서 서로 충돌을 한다. 경험하는 자아는 삶을 살아가는 자아이며, 기억하는 자아는 우리의 기존 경험을 평가하고, 교훈을 끄집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자아이다. 기억하는 자아는 우리가 설정해둔 삶의 목표 기준에 따라 행복 평가를 하지만, 매 순간 삶을 경험하는 경험하는 자아가 느끼는 실제 행복은 서로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의 수당이나 지위 등은 기억하는 자아에게는 행복의 기준에 해당되지만, 현재 동료들과 잡담이나 시간의 압박에서 해방은 경험하는 자아가 느끼는 행복이다. 저자는 행복과 관련해서 직장이나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 지에 대한 생각의 관점을 바꾸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두 가지 자아는 두 가지 생각 시스템과 상호 엮여 있다고 한다. 시스템 2가 기억하는 자아를 형성하고, 오랜 즐거움과 짧은 고통의 선호는 시스템 1에서 나온다고 한다. 두 가지 자아의 상이한 관점은 정부나 기관의 정책 마련 과정에서 다른 결정을 내리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 뇌의 사고 특성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좌뇌와 우뇌의 특성 차이를 강조하기도 하고, 파충류 뇌, 영장류 뇌, 인간의 뇌라는 3개 구조로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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