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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29. 2023

두려움의 기술(책 리뷰).

크리스틴 울머(Kristen Ulmer)는 <두려움의 기술- 나쁜 감정을 용기로 바꾸는 힘, The Art of Fear: Why Conquering Fear Won't Work and What to Do Instead, 2017 출간>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특이한 방법을 제시한다. 전 미국 국가대표 익스트림 스키 선수 출신이며, 현역 시절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여성 스키어’로 불렸다고 한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20편 넘는 스키 영화에도 출연했고, 은퇴 후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심리 상담사로 활동한다. 그녀에 따르면, 두려움이란 극복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대신 두려움을 그냥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두려움은 그저 두려움일 뿐이다. 좋은 두려움이나 나쁜 두려움은 없다. 두려움 그 자체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즉 두려움이 느껴지면, 피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또한 이기려고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심장의 박동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두려움 또한 마음을 구성하는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이며, 회피하거나 억누르거나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강조한다.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 따위는 애초에 없다. 그저 감정만이 있을 뿐이다. 기쁨은 기쁨이고 슬픔은 슬픔이다. 감정은 윤리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두려움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고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가 나 자신(두려움)과 싸우면 싸울수록 내 마음은 아수라장이 된다”라고 지적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도마뱀의 뇌로 알려진 편도체라는 뇌 부위의 반응에 따른 것이며, 여기에는 어떤 가치 판단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저 위험하거나 조심해야 하거나 긴장이 필요할 때 필연적으로 발현되는 현상일 뿐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나라는 회사 내의 1만 명의 직원으로, 그리고 두려움을 모든 감정들의 사장으로 묘사한다. 분노, 불안, 걱정, 질투, 스트레스 등 모든 감정들의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있다고 본다. 실감 나는 예를 든다. 엄마 새가 새집을 지을 때 우선 뾰쪽한 가지나 가시덤불을 바닥에 둔 다음, 그 위에 부드러운 깃털을 깐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아기 새들이 성장하면 깃털을 움직여 바닥에서 가시가 드러나고, 결국 아기 새들은 아픔을 피해 집을 떠나서 날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두려움이란 우주가 자신의 가시로 인간이 날아가도록 찌르는 것이며, 인간은 이러한 불편한 메시지를 이해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비유한다.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두려움은 사람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감정이다. 두려움이 없다면 매사에 조심성이 없이 무모하게 행동할 수 있다. 만약 인간에게 두려움이 없었다면 인류는 벌써 소멸했을지도 모른다.

두려움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관점은 두려움을 포용하라는 권유에서 나타난다: “두려움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면 삶의 양상이 바뀐다”. 오늘의 두려움을 내일의 용기로 바꾸라는 것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포용해 삶의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인생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저자의 저술 의도이다. 그러려면, 두려움 다루기의 답은 ‘두려우면 그저 두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놀랍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대부분에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저자의 경험이나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두려우면, “나는 두려워, 나는 불완전해, 내가 늘 가치 있는 사람은 아니야”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삶이 훨씬 쉬워진다고 한다. 이 방법이 자신의 어두운 면을 억누르거나 억압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이다.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고, 굴욕적인 것도 없다. 두려움을 억압하는 것은 두려움이란 아이를 어두운 지하실에 가두어 둔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에 두려운 감정은 우리와 병적인 방법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 우리를 지켜주려는 두려움의 생존 의도를 모른 채 하는 셈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두려움도 더욱 필사적으로 교묘하게 우리를 괴롭힌다. 오직 우리가 두려움을 지하실에서 해방시켜주고 있는 그대로 포용해 주어야만 두려움의 에너지가 삶을 도와주는 열정과 흥분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요 명구를 인용한다:

0 “당신의 삶에 두려움을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왜 그렇게 불쑥 미끄러져 들어오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는 두려움이 감정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두려움에 따른 모든 행동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두려움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모든 단계에서 당신과 함께하는 거대하고 불가항력적인 존재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경험의 연속이다;

0 당신이 두려움을 존중하기 시작하는 방법은 당신이 대우받기 바라는 대로 두려움을 대우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좋은 부모나 깨우침의 스승처럼 두려움이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지,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여기에 있는지 그저 궁금해하기만 하면 된다;

0 당신이 모든 것을 사랑하기를 원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거기에 두려움에 대한 사랑도 포함돼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이 실천의 최종 결과로써 무조건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심지어 자기혐오의 목소리까지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나쁜 감정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런 다음에는 두려움과 연애를 하자. 연애는 두려움을 거쳐 마음을 열 때 이뤄진다.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용과 입맞춤하자. 그것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살펴보자. 사랑으로 변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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