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초이래 생명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또는 살아가는 의미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수천 년간 인간이 알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인간이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찾지는 못한 것처럼 보인다. 모든 종교나 철학은 각자 자기만의 해답을 제시하지만,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종교나 철학은 없는것이 현실이다. 서로 각자의 주장이 옳다고 다투고 있을 뿐이다. 같은 종교나 철학 내에서도 분파가 많다. 그러는 사이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수준의 과학 기술을 목격하고 있다. 만약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데카르트나 뉴턴, 심지어 아인슈타인 마저도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첨단 과학기술 문명을 체험한다면, 그들은 분명히 자신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규정하기 전에 생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정말 인간이 신적인 존재의 하부 구조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세포 분열을 하다가 사라지는 동식물의 일종인지에 대한 중요한 문제이다. 역으로 개미나 풀잎도 소멸하면 윤회를 하고 영생에 이르는지, 아니면 우연히 전자구름이 그냥 그런 모습으로 펼쳐졌다가 접히면서 사라지는지의 문제이다. 1990~2000년대 초반 시행된 인간게놈 프로젝트 연구 결과, 스스로 고등동물이라고 여긴 인간 유전체의 수가 예상과는 다르게 하등 곤충이나 식물의 수와 비슷함이 밝혀졌다. 인간과 쥐의 유전자 99%가 매우 흡사하며, 80%는 아주 똑같다고 한다. 유전체 수를 비교해 보면, 옥수수 32,000개, 지렁이 24,000개, 인간이25,000개이다. 그리고 염색체를 비교해 보면, 감자 염색체 24쌍, 침팬지 24쌍, 닭과 개는 39쌍, 인간 염색체는 23쌍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과학이 보여 주고 있는 진전은 이미 생명에 대한 기존 철학의 정의를 뒤흔들 만한 현상들이다. 예를 들어 복제 동물, 유전자 편집과 질병 치료, 동식물의 유전자 조작 품종, 인간 간 장기 이식, 심지어 동물과 인간 간의 이종 장기 이식, 실험실 배양 고기 등은 생명체가 무엇인지, 또는 인간과 동물 간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2024.6.1 보도된 인체 실험에 대한 뉴스는 지금까지의 모든 발견을 뒤집을만한 심각한 것이다. 두 사람의 머리를 통째로 잘라내어 한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여 봉합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미국 스타트업 회사인 브레인 브리지는 사지마비 등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환자의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의 몸에 그대로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면서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8분짜리 영상을 유튜브 등에 공개하였다. 이식된 뇌가 가진 기억과 의식은 유지된다고 한다. 60대의 머리가 20대의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실험이 실제 인간에게 적용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복잡한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양이나 개 등 동물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복제 문제가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인간복제까지는 기술적 윤리적인 문제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개를 대상으로 시도된 목과 몸통의 이식 수술도 시도되고 있지만, 인간에게 이런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에 이러한 기술이 탄생하고 있고, 이런 기술들이 인간 존재나 생명의 의미에 대해 어떤 심리적인 영향을 끼치느냐의 문제이다. 이미 사람은 유전자가 조작된 많은 식물과 동물로 된 음식을 매일 먹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간의 몸에 기계가 부착되는 사이보그가 출연할 것이다. 지금은 인간이나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지만, 미래에는 지금도 일부 사용 중인 인공신장이나 인공심장 등 인공장기가 더욱 발달할 것이다. 최근 미래종이란 드라마의 주제이기도 했듯이, 미래에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인공 장기를 언제든지 교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에 따라 수명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자연 장기와 인공 장기간의 차이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정말 공상 과학 영화에서만 보던 내용들이 현실화될 것이란 데 대한 의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만약 이런 시대가 도래한다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그 의미나 정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의 윤리 의식이나 감정 현상도 바뀔 수밖에 없다. 현재 인간의 윤리 의식이나 감정이라는 것은 구석기시대 인간의 뇌와 신체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과 자연 간의 구분이 무너지면, 아기들은 결국 실험실에서 태어날 것이다. 지금 여러 나라에서 겪고 있는 저출산 문제도 아마 과학기술 문명의 발전에 따라 인간 자체 또는 결혼관에 대한 의미 변화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의 의식과 인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과거 농경사회 시대의 윤리 구조나 가치관, 법률 제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에 1000만 1인가구,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현상이 바로 옆에 다가와 있는데도, 과거 시대의 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현대인들에게 백제 시대 사람들의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바다 위로 드러난 빙산만 보고 바닷속 빙산 덩어리 자체를 보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생명공학이나 알고리즘이란 단어는 인간의 생명을 기계적인 공학관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