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간혹 잠시나마 시간이 멈추는듯하거나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엄청난 아름다움을 경험하거나, 반대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충격을 겪을 때 그렇다. 그런 순간은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거나 무언가에 집중하여 몰두할 때도 그렇다. 매우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도 그렇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중요한 점은 마음의 시간이 실제 시계의 시간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3차원 세계에 살고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시간이 멈추거나, 느리게 흐르는 마음의 세계에서 살 수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제를 깊게 공부하다 보면, 몰입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몰입 상태에서는 다른 잡념이 사라진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몰입 상태를 경험하면,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원리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 원리를 발견한 아인슈타인의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도 있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수학과 과학이 말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3차원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만약 자신이 언제나 3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마음속에서 시간의 상대적 현상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마음은 공간적으로도 제약이 없다. 마음은 이 세상 어디로나 날아갈 수 있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뉴욕이나 파리의 거리를 걸어갈 수도 있다. 더구나 마음은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나 미래의 일도 불러올 수 있다. 이처럼 마음은 시간을 멈추게도, 천천히 흐르게도, 빠르게 흐르게도, 과거나 미래로 건너가기도 하고, 공간 이동마저도 할 수 있다.
물론 몸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느낌은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존재의 본질이 물질인 몸보다 마음과 의식에 있다는 관점(mind over matter)이 많다. 몸이 마음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가짜약을 진짜약으로 믿으면 병이 낫는다는 플라세보효과나, 병원도 포기한 말기암환자들이 긍정적인 마음의 힘으로 완치된다는 사실에서 나타난다. 최면상태에서도 몸은 최면사의 말을 통한 마음의 지시를 따른다. 최면 상태에 빠진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최면을 걸어서 자신이 원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생각의 힘이나 믿음의 힘도 모두 마음과 의식에서 나온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의식적으로 다루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배를 처음 타는 사람은 뱃멀미를 걱정하지만, 배의 선원들은 전혀 멀미를 생각하지 않는다. 배를 처음 타는 사람이 자신이 배의 선장이라고 생각하면, 멀미를 잊을 수 있다. 만약 만나기 싫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회사의 회장님이라고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마음이 요술을 부리는 점을 인식하고, 내가 내 마음을 움직이는 마술사가 될 필요가 있다. 힘든 일을 겪으면,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느냐, 아니면 변덕스러운 마음에게 인생을 맡기느냐의 차이다. 그런데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진짜 주인이 있다. 그 마술사가 바로 의식이다. 사실 마음은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진짜 주인인 의식을 두려워한다.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면, 마음대로 날뛰던 마음이 의식의 지시를 따른다. 보통은 의식과 마음을 혼동하지만, 의식과 마음 사이에는 공간이 놓여 있고, 의식이 마음의 주인이다. 마음은 몸의 운영체계이지만, 의식은 컴퓨터의 클라우드와 같이 몸 밖에서 몸 전체를 관찰하고 생명을 유지한다. 중요한 점은 인생의 관찰자인 의식이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의식이 단지 관찰모드에서 지도자모드로 바뀌면, 마음이 진짜 주인을 알아차린다.
의식이 관찰모드로만 있을 때는 마음이 가짜 주인 행세를 한다. 의식이 깨어나서 지도자모드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인생의 시간과 공간 개념이 상대적으로 변한다.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질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한다. 좋은 일은 몰입하고, 싫은 일도 느낌이 바뀐다. 마음은 생각, 감정, 느낌, 기억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지도자모드의 의식은 마음공장에게 제품의 생산기준을 제시한다. 만약 의식이 깨어나지 않으면, 마음은 멋대로 생각과 감정을 생산해 낸다. 의식이 확장되어 세상을 넓게 포용하면, 마음에도 사랑, 용서, 이해, 배려와 같은 생산기준이 새롭게 제시된다. 그러면, 그동안 주인 없는 마음 공장에서 사용된 두려움, 분노, 화, 질투, 시기, 오해라는 생산기준이 사라진다. 의식은 우리의 마음과 몸을 24시간 관찰하고 있는 살아있는 생명의 힘 그 자체이다. 마음의 힘, 생각의 힘, 삶의 관점이나 가치관도 결국은 의식의 힘이다. 의식이 어떤 렌즈를 끼고 자신의 마음과 몸을 관찰하고 지도하느냐에 달려있다. 의식의 렌즈가 바뀐다는 말은 의식의 차원이 낮은 생명력에서 높은 생명력으로 확대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마음의 작동기준을 조절할 수 있다. 의식이 깨어나면,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살아온 삶이 이해된다. 의식의 지도자모드가 활성화되지 않고 관찰모드로만 있으면, 몸은 무분별한 마음의 결정에 따라 계속해서 무의식적으로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