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이 월요일이었던 스물다섯 첫 데이트 전날

두 번째 인생의 시작

by 따뜻한 선인장

그날은 토요일, 그것도 삼일절이 월요일인 황금연휴의 첫날인 토요일이었다. 생각해보라. 월요일이 공휴일인 토요일날 아침이 얼마나 즐거운 날인지. 아침에 늘어지게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 날에 나는 무려 내 인생 첫 남자 친구라고 부를만한 아이와 첫 데이트를 하기로 했었다. 몇 주전 밸런타인데이에 같이 사귈까라고 했던 친구가 승낙을 하면서 우리는 제대로 된 첫 데이트를 언제 할까 이야기를 나눴고, 봄은 오고, 삼월이 시작되고, 게다가 연휴이기까지 한 삼일절이 낀 주말에 제대로 된 첫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첫 남자 친구와, 첫 데이트를 기다리던 토요일. 친구를 불러내 같이 가산디지털 아웃렛에 가기로 했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진 모르겠지만 첫 데이트인데 따로 무엇이 필요한지 몰라 떠오른 것이 옷이 아니었나 싶다. 아침부터 날씨도 벌써 봄날이 된 것 같고 햇살도 따뜻한 것 같고 들뜬 마음으로 가볍게 길을 나섰다.


집에서 나와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친구의 번호를 확인하고 왼손으로 바꿔 휴대폰을 잡아 들었는데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안 들리지?'


핸드폰이 이상한가 싶어 둘러보는데 내 왼손에 있는 줄 알았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상하다. 왜 핸드폰이 떨어졌지?'


생각하고 핸드폰을 주으려 손을 뻗었는데, 나는 분명 손을 뻗었는데 손이 앞으로 나가질 않았다. 스물다섯 인생 동안 처음 있는 이 이상한 상황에 처음부터 나는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예전에는 손을 어떻게 움직였더라 생각을 해내려 노력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핸드폰에선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괜찮아? 내 말 들려?"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니 문득 정신이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왼손에 당황하다가 생각해보니 나에겐 오른손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얼른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곤 친구에게 답했다.


"지현아... 나 왼손이 안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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