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뇌출혈로 입원한 첫날밤

사회초년생에겐 낯설었던 질문

by 따뜻한 선인장

그토록 기다렸던 삼일절을 나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병실에서 맞이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의원에 스스로 걸어가 진찰을 받았고, 혼자 가산디지털 단지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친구를 만날만큼 평소와는 별반 다르지 않은 나였었다. 내 스물다섯 인생 중 고작, 겨우 반나절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뇌출혈이라고 하시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 내 몸상태가 뇌출혈이라는 것을 이해가 되지 않아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응급실에 도착하고 병실에 있는 하루 동안 어느새 나는 병실 바깥을 나가기도 버거운 영락없는 환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옮겨주는 병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고, 첫날밤엔 무려 산소호흡기까지 끼고 있었다. 산소호흡기를 아무에게나 끼워주는 것은 아닐 텐데, 그런 말인즉슨 내 상태가 분명 정상은 아니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기하면서 혼란스러운 부분은 몸은 그렇게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 생각은 아프기 전이나 아프고 나서나 똑같이 활동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혹은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들으면서도 동시에 머릿속에선 수업이 끝나면, 예배가 끝나면 점심땐 무얼 먹을지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몸과 마음이 따로 드는 느낌이랄까. 태어나서 생전 처음 나는 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몸은 늙었어도 생각은 옛날과 그대로라는 말씀 하시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의료진 분들이 한 명, 두 명 오셔서 호스들을 몸에 꽂고, 산소호흡기까지 끼워주고 나가신 뒤, 혼자 가만히 누워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생각으로만 생각하면 모두 꿈같았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산소호흡기를 내가 직접 끼고 있다니. 오히려 생각은 몸이 아프기 전과 전혀 다르지 않아서 문제였다. 몸은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었지만 생각은 내가 왜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지? 산소호흡기를 끼면 이런 느낌이구나 하며 신기해하는 것을 동시에 하고 있는 나. 그게 너무 신기해서 그 와중에 셀카를 찍었다. 분명 내 몸이 아프다는데 내 생각은 이 모든 일이 남에게 일어난 일인 것 마냥 이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몸은 아픈데 정신은 멀쩡한 상태라면 병실에서의 밤은 무척이나 길었다. 몸이 아파서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그래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생각은 더 많아졌다.


'도대체 이 사단이 어떻게 일어났지, 도대체 뇌출혈이라니. 내가 뇌출혈이라니.'


응급실에서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뇌출혈이에요"라는 그 짧은 대답이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계속 뇌출혈이라는 단어만 떠오르다 문득 그때는 미처 충격에 휩싸여 기억하지 못했던 의사 선생님의 다음 말이 떠올랐다.


"뇌출혈이에요. 그동안 분명히 많이 아팠을 텐데. 머리 많이 안 아팠어요?"


의사 선생님의 그 질문에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문장의 첫 단어, 그러니까 뇌출혈이라는 단어가 주는 임팩트가 너무나도 커서 그다음 문장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정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의사 선생님이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올랐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답은 안 아팠던 것 같은 데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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