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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Sep 25. 2021

마법세계에 가지 못한다면 인간 세계라도 가야지

모험의 시작




어릴  나는 환상의 세계에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기억  인지능력이라는 것이 생길 때부터 봤던 땅불바람물마음 지구특공대부터 쥐라기 월드컵, 꾸러기 수비대  티브이에서 나오는 만화는  삶의 일부였다. 그때는 핸드폰도 인터넷도 어서 저녁시간이 되기  공중파에서 틀어주는 만화영화는 내가 가장 가고 싶고   있을 것만 같던 세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일러문이나 웨딩피치처럼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지구용사 썬가드나 철인 28 같은 것을 동시간에 다른 방송사에서 틀어줘서 남동생과 정말  터지게 운 기억이 생생하다. 다른 친구들은 한창 가요톱텐  영턱스 클럽이나 룰라, HOT 빠져있던 시절, 나는 동생이 좋아하는 만화는 물론 내가 좋아하는 만화들까지 모두 챙겨보느라 다른 채널로 넘겨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렸기에 가능했던 우스꽝스러운 기억도 있는데,  기억으로 요정 시리즈 만화  가장 먼저 KBS에서 '천사소녀 네티' 방영되었다. "주님, 불쌍한 사람들을 도울  있게 힘을 주세요"라고 주문을 걸며 변신한 네티는 우리나라 홍길동처럼 정의를 위한 도둑 같은 콘셉트로 지붕들을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곤 다. 결국 마지막회에서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지고 남자 주인공인 셜록스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됐지만, 내 생각에 나이의 나는 엔딩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음 주에도 나는 역시 손을 꼭 모아 잡곤 천사소녀 네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혀 뜬금없는 노란 머리의 시끄러운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바로 세일러문이었다. 너무너무 어렸던 나는 천사소녀 네티가 나타날 시간에 세일러문이라는 여자애가 나타났고, 그 계집애가 나오고부터 내가 좋아하는 네티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떠올리자 저 노랑머리 아이가 나의 천사소녀 네티를 죽였다고 생각까지 가게 되었다. 한참을 세일러문 말고 천사소녀 네티를 다시 데려오라고 저항을 하다가, KBS에서는 세일러문이 나오는 시간에 MBC에서는 웨딩피치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보고, 이건 누가 누구를 죽여서 네티가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서야 이해하게 된 웃픈 기억이 생생하다.



세일러문이 네티를 죽인줄 알았다니;) (출처:Pinterest)



처음엔 네티를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인 줄 알고 매우 지 않은 첫인상을 가졌던 세일러문을 나는 금세 네티보다  사랑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나와 나이대도 비슷해서,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세라가 세일러문으로 변신하게 되는 중학교 1학년이 나에게도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 1학년이 되던 , 나는 정말로 학교를 오가는 길을 일부러 골목길만 찾아 걸어다녔. 혹시나 세라가 학교 가는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검은 고양이 루나를 만나 세일러문으로 변신할  있는 브로치를 갖게 되었던 것처럼,  역시 그런 기회를 갖게될까 싶어 학교로 향하는 골목길이란 골목길은 싹 다 돌아다니며 검은 고양이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해를 홀딱 보내고도 나는 세일러문이 되지 못했다.




한 해동안 학교 가는 골목길 위를 찾아 헤매던 검은 고양이 루나 (출처: sailormoonfandom.com)



‘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야 하나? 눈을 크게 만들어야 하나? 검은 고양이를 키워야 하나?’


별의별 질문이 들었고, 그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을 하다보니 세일러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겉모습을 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아무래도 외적인 모습 이상의 무엇인  같았는데, 때마침  시기에 나를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내려오게   계기가  가지  생겨났다. 하나는 역사수업이었, 다른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해리포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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