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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Sep 30. 2021

휴학하고 어느 나라에 갈까?

질풍노도의 대학시절 2학년 2학기




대학교 2학년, 2학기는 또 한 번의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어느새 4년이라는 대학시절의 절반이 끝났지만, 그런데도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기간. 오히려 더 뿌해진다. 어찌 보면 인생에 있어 가장 처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 내린 첫 번째 선택인 전공마저도 이게 맞나 확신이 없어진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모르겠다. 그래서 2학년이 끝나는 시기, 친구들은 자체 휴학을 갖는다.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다른 친구들의 휴학 계획 소식이 들린다.


나는 스무 살이 되는 해에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휴학을 한다면 우리나라 밖으로 모험을 떠나보는 것, 그 분명한 한가지 덕분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자만했다. 다만 그뿐이었다. 문제는 그냥 나간다고만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나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은 커녕 나가고는 싶은데 도대체 어디로, 왜 가고 싶은지에 대해선 정해놓은 것이 하나 없었다.


우선 대학교 2학년을 마치면 한 해동안 휴학을 하기로 마음먹고, 2학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 나는 도서관 사서 알바를 신청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알바를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읽으며 휴학에 대한 계획을 짜 보기로 했다. 어릴 적 세계 위인전집을 읽듯전 세계에 있는 나라 하나씩 한 권으로 소개된 세계 국가 전집 같은 시리즈물들을 읽으며 가고 싶은 나라들을 찾기 시작했다. 더불어 자기 계발 서적들도 제목이 끌리는 대로, 닥치는 대로 읽었다.


처음에는 제법 흥미를 끌었던 자기 계발 서적들은 수십, 백 권이 넘어가며 무언가 반복되는 패턴과 겹치는 조언들에 지루해졌다. 어느 순간엔 분명 다른 책인데도 비슷한 책을 읽은 느낌까지 들었다.


첫 번째는 ‘~ 하는 삶’으로, 특정 시간에 일어나거나 자거나, 특정 행동이나 주문을 외우거나, 회장님 사장님 유명인들의 생활패턴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간단해 보여도 막상 꾸준히 따라 하기엔 어렵다는 그런 내용은 이제 겨우 수험생 생활을 벗어난 지금의 내가 다시 반복하고 싶은 삶의 패턴은 아니라서 와닿지 않았다.


두 번째는 '다시 이십대로 돌아간다면, 혹은 다시 젊을 때로 돌아간다면' 또는 '이십 대 혹은 몇십 때 하지 않으면 후회하는 몇 가지 또는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등의 후회를 바탕으로 한 책들이었다. 이건 나에게 새벽 4시에 일어나거나 하루에 5시간만 자는 등의 패턴들보다는 흥미로운 질문이었다. 이제 스무 살이 되는 내가 아직 서른을, 마흔을 상상해보기는 어려웠지만, 자기 계발 서적들을 읽으며 적어도 내 나이대인 이십 대의 모토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후회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니 어느새 첫번째 모토는 후회에 관련되어 떠올랐다. 어차피 삶은 후회를 한다고 해서 그때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이십대로 돌아간다면이라는 가정은 커녕 이십대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20대를 보내자고 생각했다. 서른이 되어도, 마흔이 되어도 누군가 이십대로 돌아갈래라고 묻는다면, ‘아니. 굳이 돌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혹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십 대를 살고 싶어졌다.


두번째 모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십 대가 내 전체 나이대에서 가장 젊고 힘이 많고 에너지가 넘칠 시기일테니 기왕 고생을 해야 한다면, 어려운 일과 마주해야 한다면 이를 겪어낼 에너지가 가장 많을 이십 대에 해보자고 생각했다. 가장 에너지가 많을 때 가장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경험들을 해보자.


책을 읽으며 스무살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나만의 이런 저런 이십대를 위한 모토들을 떠올려봤는데, 나는 그 시작을 어디서 하고 싶은걸까?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 어느 나라에 가장 먼저 가고 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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