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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Nov 25. 2023

{뒷얘기 써보기} 그레고리의 재변신

<재변신을 필사했다.>




<재 재변신.>


한참 누워 있던 그는 몸을 떨었다.

싸늘함에  그의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보다 벌거벗은 자기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렇다. 그는 맨 몸이었다. 이마를 때려 손의 존재를 알았듯이 그는 추운 날씨에 몸 안의 온도를 올리고자 한 행위로 인해 온기가 있는 자기 육체를 알았다.


’어떻게 집에 가야 하지? ‘그보다 ‘어떻게 걸어가야 하지?’ 그보다 ’어떻게 옷을 구해야 하지?‘ ’어디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힘을 내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걸었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고 걸었다. 넘어졌다.

손을 뻗어 힘껏 휘둘러 보았지만,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손으로 바닥을 기다시피 앞으로 나아갔다. 멈추고 일어나 다시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하며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그러나 힘을 주며 걸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빛을 만나기엔 아직 시간이 남았고 어둠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실루엣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지표 삼아 방향을 예측했다. 그는 더 이상 죽음에 대해 생각지 않았다. 그는 걸으면 걸을수록 안심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두려움으로 인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가자, 가야만 한다.’


그는 어둠이 두려우면서도 멈추지 않고 걸었다.

마침내.

날이 밝아왔다.








+재변신의 그레고리는 누워있지만

   나는 그를 다시 일으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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