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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Jan 29. 2024

[카페매니저‘을’의 푸념] 주문 취소


지금부터   쓰이는 내용은 순전히 근무자,  근로자, 노동자, 알바, 직원 등 ‘월급’ 받는 입장에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쓰는 것이므로,  이렇게 ‘을’인 내가 감히 사장님 앞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쓰는 것이다.
고로, 뒷담화가 되시겠다.


[취소된 주문에,

               목숨 거는 사장님]


나도 (운 좋게도) 가게 하나를 맡아 운영해 보았으므로, 음료 하나하나 판매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팔리는 음료 한 잔 한 잔이 쌓여 월급이 되므로. 이는 카페도 생계에  직결된 자영업이라는 걸 보여준다.


음료와 디저트의 가격이 카페시장에 맞게 잘 정해져야 본사와 대리점에 떨어지는 게 있고 그 떨어지는 돈으로 물류센터에 납입하고, 각종 베이스를 만드는 공장과  관계를 잘 유지해 신메뉴를 만들고, 배달업체도 활발히 구석구석 배달되는 곳을 찾아가지 않겠는가? 다 그렇게 맞물려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게 장사이고, 그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아, 이게 바로 사회를 움직이는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거구나~. 작은 카페로 경제순환을 미약하게나마 체험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음료 한 잔에 목숨 거는 사장이 더러 있다.

 

예를 들어 전화주문 혹은 선결제앱으로 음료 여러 잔이 주문 들어왔는데, 몇 분 후 손님이 못 온다고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그러나 음료는 이미 다 만들어진 상태. 그럼,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가게에서 ‘이걸, 어쩌죠…’ 하며 한 두 푼 아닌 음료 값과 이 음료에 들인 성실한 노동에 대해 차분히 설명한다.

손님은 ‘아, 죄송해요. 선결제된 건 그대로 두세요.’  ‘그래요? 계좌 보내주시면 금액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반응을 보인다. 주문 후 찾지 않는 건 손님의 사정 때문인 게 가장 크므로.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기 전에 손님이 미리 취소 전화를 준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고 일체 연락되지 않는 다면 그냥 진상 한 명 만났구나~퉤퉤. 넘어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T사장은 그렇지 않았다. 전화 주문으로 들어온 음료 두 잔 값을 받지 못했다는 알바의 말에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어쩔 줄 몰라하는 알바에게 뚝뚝 끊어지는 말투로 그 손님 전화번호는? 물어보더니, 그 손님이 전활 받을 때까지 연락했다. 그럼, 그 손님이 전화받았냐고? 아니, 전혀. 오히려 더 전화받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돈은 받지 못했다.


이미지 출처-일러스트야


사람 마음 다 같지 않다. 손님 입장에서는 '고작 육 천 원'이 카페 입장에선 '육 천 원이나' 되는 돈이다.

같은 값이라도 대하는 입장이 다른 것이다. 정말 뼈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리뷰약속 조건으로 퍼주는 음료와 디저트도 먹튀 당하면 얼마나 속상한데!  누구라고 돈 날리는 거 아깝지 않겠냐고요.


모든 사장들이 돈에 예민하다. 그러나 그중 T사장은돈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작년에는, 2만 원이나 되는 배민 (배달의 민족 준말.) 하나 날려먹은 적 있어요. 손님이 결제를 안 해서. 경찰에 신고하니 워낙 소액이라 해결을 할 수 없다더군요. 그 이후로도 적은 금액으로 몇 번 그런 적 있어요. 그래서 한 육 개월은 배민을 안 했다니까요. 그런 일을 방지하고 싶어서."


솔직히 이 이야길 듣고 경악했다. 가슴 한편이 답답해졌다. 아니, 그런 일 들로 배달을 접는다고?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 이때까지 나는 얼마나 버린 거지? 안 되겠다. 만약 내가 T 사장과 일하게 된다면 허파통 뒤집어지겠어. 그동안 날 가르쳐 준 사장들은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내가 잘못 대처한 걸까?


내가 겪은 전전 전 사장들은 이랬다.

-어쩔 수 없지 뭐~. 더 벌면 되니까. 하하. 카폐인아 네가 안 먹을 거면 폐기하렴.

-아이고. 그럼, 이 음료들 가져가거나 먹을 사람~?

-이왕 이렇게 된 거 주변 상가분들께 나눠주고 올게   요, 카페인씨 잠깐 가게 좀 봐줘요.

-다음에 오시면 서비스드릴 테니, 선결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드려.


이 사장들의 카페는 1~2년 뒤 전부 매출이 올랐다. 그만큼 덩달아 내 손도 엄청 바빠졌지만.

날 고용한 사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안 그래도 남의 돈 받고 일하는 입장에선 떨릴 수밖에 없다.   왜 떨리냐고 하냐면 정말 말 그대로 심장이 떨리고 등골이 서늘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본 알바 중 열에 아홉은 그랬다.

(이상하고 못돼 쳐 먹은 알바생은 제외.)

자신의 실수를 확실히 사과하고 다음 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출근한 알바조차도 근무자들끼리 남아있을 땐 속상함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렇게 오늘 하루 수많은 주문 중 날리게 한 건에 대해 ‘과하게’ 신경 쓰는 건 잘 굴러가던 카페 운영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같다.


현실로 외치고 싶었던걸 글의 힘을 빌려 외쳐본다.


사장님, 음료 한 번 버린다고 그날 장사 망하는 거 아닙니다!


우리 쫄보 되지 맙시다.

카페 운영도 장사다. 장사 시작 후 폐업 시까지 정말 수많은 일들이 있다. 너무 몸 사리면 심적으로 상당히 고통받게 되고 결국 괴로운 건 본인. 그 영향은 근무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일하는 사람들이 절대가게의 분위기를 모를 수가 없다. 근무자들은 사장의 눈치를 더욱 보게 되고 손님의 눈치도 보게 되며 근무지가 상당히 불편해진다. 그럼 이 카페는 앞으로 힘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팁 하나 알려주자면, ‘포장할 건데요 ‘ 하며 선 주문후 찾으러 오겠다는 전화를 받을 시 주문하는 손님의 연락처를 무조건 받은 후, 가게 계좌로 일부 금액을 받는다.

단, 이 방법은 네 잔 이상 넘어가는 단체 손님일 때 괜찮다. 한두 잔 주문하는 손님에게 그런다면 ‘날 믿지 못하는 건가?’ 오히려 반감을 사 기분 나빠할 수 있으므로. 이럴 땐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손님을 믿고 약속하는 수밖에 없다. 장사란 그런 것이다. 옛말에 장사하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카페는 약속을 지킨다. 그러니, 주문하는 손님도 꼭! 주문한 걸 찾아온다는 약속을 지켜주면 좋겠다.


버려지는 음식들… 재료들… 정말 아깝지. 아까워. 그러나 음료 하나 버리더라도 그보다 두 세배 더 벌면 되지!라는 대범함이 앞으로의 가게 운영에 필요하다.


에잇, 전국의 T사장님들. 그런 소소한 집착이 소탐대실이라는 걸, 왜 몰라주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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