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쓰이는 내용은 순전히 근무자, 근로자, 노동자, 알바, 직원 등 ‘월급’ 받는 입장에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쓰는 것이므로, 이렇게 ‘을’인 내가 감히 사장님 앞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쓰는 것이다.
고로, 뒷담화가 되시겠다.
나도 (운 좋게도) 가게 하나를 맡아 운영해 보았으므로, 음료 하나하나 판매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팔리는 음료 한 잔 한 잔이 쌓여 월급이 되므로. 이는 카페도 생계에 직결된 자영업이라는 걸 보여준다.
음료와 디저트의 가격이 카페시장에 맞게 잘 정해져야 본사와 대리점에 떨어지는 게 있고 그 떨어지는 돈으로 물류센터에 납입하고, 각종 베이스를 만드는 공장과 관계를 잘 유지해 신메뉴를 만들고, 배달업체도 활발히 구석구석 배달되는 곳을 찾아가지 않겠는가? 다 그렇게 맞물려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게 장사이고, 그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아, 이게 바로 사회를 움직이는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거구나~. 작은 카페로 경제순환을 미약하게나마 체험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음료 한 잔에 목숨 거는 사장이 더러 있다.
예를 들어 전화주문 혹은 선결제앱으로 음료 여러 잔이 주문 들어왔는데, 몇 분 후 손님이 못 온다고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그러나 음료는 이미 다 만들어진 상태. 그럼,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가게에서 ‘이걸, 어쩌죠…’ 하며 한 두 푼 아닌 음료 값과 이 음료에 들인 성실한 노동에 대해 차분히 설명한다.
손님은 ‘아, 죄송해요. 선결제된 건 그대로 두세요.’ ‘그래요? 계좌 보내주시면 금액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반응을 보인다. 주문 후 찾지 않는 건 손님의 사정 때문인 게 가장 크므로.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기 전에 손님이 미리 취소 전화를 준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고 일체 연락되지 않는 다면 그냥 진상 한 명 만났구나~퉤퉤. 넘어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T사장은 그렇지 않았다. 전화 주문으로 들어온 음료 두 잔 값을 받지 못했다는 알바의 말에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어쩔 줄 몰라하는 알바에게 뚝뚝 끊어지는 말투로 그 손님 전화번호는? 물어보더니, 그 손님이 전활 받을 때까지 연락했다. 그럼, 그 손님이 전화받았냐고? 아니, 전혀. 오히려 더 전화받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돈은 받지 못했다.
사람 마음 다 같지 않다. 손님 입장에서는 '고작 육 천 원'이 카페 입장에선 '육 천 원이나' 되는 돈이다.
같은 값이라도 대하는 입장이 다른 것이다. 정말 뼈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리뷰약속 조건으로 퍼주는 음료와 디저트도 먹튀 당하면 얼마나 속상한데! 누구라고 돈 날리는 거 아깝지 않겠냐고요.
모든 사장들이 돈에 예민하다. 그러나 그중 T사장은돈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작년에는, 2만 원이나 되는 배민 (배달의 민족 준말.) 하나 날려먹은 적 있어요. 손님이 결제를 안 해서. 경찰에 신고하니 워낙 소액이라 해결을 할 수 없다더군요. 그 이후로도 적은 금액으로 몇 번 그런 적 있어요. 그래서 한 육 개월은 배민을 안 했다니까요. 그런 일을 방지하고 싶어서."
솔직히 이 이야길 듣고 경악했다. 가슴 한편이 답답해졌다. 아니, 그런 일 들로 배달을 접는다고?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 이때까지 나는 얼마나 버린 거지? 안 되겠다. 만약 내가 T 사장과 일하게 된다면 허파통 뒤집어지겠어. 그동안 날 가르쳐 준 사장들은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내가 잘못 대처한 걸까?
내가 겪은 전전 전 사장들은 이랬다.
-어쩔 수 없지 뭐~. 더 벌면 되니까. 하하. 카폐인아 네가 안 먹을 거면 폐기하렴.
-아이고. 그럼, 이 음료들 가져가거나 먹을 사람~?
-이왕 이렇게 된 거 주변 상가분들께 나눠주고 올게 요, 카페인씨 잠깐 가게 좀 봐줘요.
-다음에 오시면 서비스드릴 테니, 선결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드려.
이 사장들의 카페는 1~2년 뒤 전부 매출이 올랐다. 그만큼 덩달아 내 손도 엄청 바빠졌지만.
날 고용한 사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안 그래도 남의 돈 받고 일하는 입장에선 떨릴 수밖에 없다. 왜 떨리냐고 하냐면 정말 말 그대로 심장이 떨리고 등골이 서늘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본 알바 중 열에 아홉은 그랬다.
(이상하고 못돼 쳐 먹은 알바생은 제외.)
자신의 실수를 확실히 사과하고 다음 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출근한 알바조차도 근무자들끼리 남아있을 땐 속상함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렇게 오늘 하루 수많은 주문 중 날리게 한 건에 대해 ‘과하게’ 신경 쓰는 건 잘 굴러가던 카페 운영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같다.
현실로 외치고 싶었던걸 글의 힘을 빌려 외쳐본다.
사장님, 음료 한 번 버린다고 그날 장사 망하는 거 아닙니다!
우리 쫄보 되지 맙시다.
카페 운영도 장사다. 장사 시작 후 폐업 시까지 정말 수많은 일들이 있다. 너무 몸 사리면 심적으로 상당히 고통받게 되고 결국 괴로운 건 본인. 그 영향은 근무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일하는 사람들이 절대가게의 분위기를 모를 수가 없다. 근무자들은 사장의 눈치를 더욱 보게 되고 손님의 눈치도 보게 되며 근무지가 상당히 불편해진다. 그럼 이 카페는 앞으로 힘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팁 하나 알려주자면, ‘포장할 건데요 ‘ 하며 선 주문후 찾으러 오겠다는 전화를 받을 시 주문하는 손님의 연락처를 무조건 받은 후, 가게 계좌로 일부 금액을 받는다.
단, 이 방법은 네 잔 이상 넘어가는 단체 손님일 때 괜찮다. 한두 잔 주문하는 손님에게 그런다면 ‘날 믿지 못하는 건가?’ 오히려 반감을 사 기분 나빠할 수 있으므로. 이럴 땐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손님을 믿고 약속하는 수밖에 없다. 장사란 그런 것이다. 옛말에 장사하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카페는 약속을 지킨다. 그러니, 주문하는 손님도 꼭! 주문한 걸 찾아온다는 약속을 지켜주면 좋겠다.
버려지는 음식들… 재료들… 정말 아깝지. 아까워. 그러나 음료 하나 버리더라도 그보다 두 세배 더 벌면 되지!라는 대범함이 앞으로의 가게 운영에 필요하다.
에잇, 전국의 T사장님들. 그런 소소한 집착이 소탐대실이라는 걸, 왜 몰라주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