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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Jun 10. 2024

쿠폰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남들이 볼 땐 정말 별거 아닌데 혼자 뒤돌아 입술을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만드는 상황 말이다.


이 천 원 할인된다는 생각에 즐거운 발걸음으로 배스킨에 갔다. 나는 직원에게 쿠폰 바코드를 보여주었다. 직원은 바코드를 여러 번 찍었다. 직원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삑. 오류입니다.

이 쿠폰은 등록이 되지 않은 쿠폰으로….


직원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혼자였다. 다른 손님들이 없었기에 낫지 않았겠냐고? 전혀.

숨 막히는 정적 이거 어떡할 거야.

아, 근데 이거 어디서 본 장면이.


아하! 그렇군 내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일 때 이랬었지.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분도 곧 사장님에게 전화하겠군 하하. 이거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겠는데? 지금이라도 그냥 됐다며 다른 곳으로 갈까.


매장에 도착한 지 단 이 분만에 내 마음은 복잡해졌다. 초조함과 후회가 뒤섞여 최악의 맛을 내고 있었다.


예상대로 직원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상대방이 받지 않는다. 직원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깨끗한 명찰과 유니폼.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  직원이 이제 여기 일을 시작했다는 걸 알려주었다.


나는 기다렸다.

직원도 기다렸다.

서로 슬슬 민망해지고 있었다.

띠리리-.

드디어 매장 전화가 울렸다.


직원은 전화의 지시에 따라 포스기를 몇 번 눌렀다. 그제야 직원의 표정은 한결 편해졌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무사히 받았다.


아까 전 그 일은 귀여운 수준이야. 당연하지. 하 근데 왜 하필 내가 거기 가서 직원을 곤란하게 하냔 말이야. 남이 보면 별 것 아닌 일이 결국 내 탓으로 이어졌다.


뜨거운 햇빛을 받던 뒤통수에서 예전에 내가 일하며 저질렀던 실수까지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불킥은 무슨 당장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싶었다.

쿨하게 넘기고 싶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게 안 되는 나는 가는 길 내내 흑역사에 혼자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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