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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Sep 18. 2023

[매니저와 꼰대 사이] 60초의 기다림

60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당신은 지금 해가 내리쬐는
카페 밖에 서있다.

햇빛을 받는 뒤통수와 등은 뜨겁다.

더우니까 매장 안에 들어와 기다리라는

직원의 제안은 거절했다.

당신이 시킨 아.아 (일명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금방 나올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1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당신 앞 세 팀 중에 한 팀이 음료를

5잔이나 주문했기 때문이다.


땀이 흐르는 이마를 닦으며 손 부채질을 해본다.

5잔 주문한 사람은 미리 가져온 손 선풍기를 얼굴에 갖다 대며 폰을 보고 있다.

그냥 시원한 매장에 들어가서 기다릴까?

아니다. 기다린 지 2분 지났다. 곧 나오겠지.

매장 안에 들어갔다 그 사이 커피가 나올 수 있다.

번거롭다.

속에서 열이 올라오고 있지만 애써 숨긴다.


***


당신은 참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말없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3분 지났다.

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카페 주방 쪽을 팔짱 끼며 들여다본다.


배달의 민족 주문-!

가져가요 패스오더-!


매장 내 직원들이 매우 정신없어 보인다.

그래도 내가 주문한 건 금방 나오겠지?

내건가? 아, 아니네.

직원이 종이 캐리어를 펼친다. 저 사람 거구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보일 무렵,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직원 중

한 명이 크게 외쳤다.


드디어 4분 20초나 기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게 되었다. 커피를 받자마자

당신은 결국 참던 불만을 표출한다.   


“이제 나온 거예요?”



내가 만든 아.아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

프랜차이즈 카페라면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요즘 유행하는 60초 미만의 숏츠,

90초 돌리면 완성되는 전자레인지용 컵라면,

3분도 안 되는 시간으로 짧아진 최신곡.

그렇다면 국민커피라 불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얼마나 걸릴까?


단, 60초면 충분하다.

샷 추출시간 평균 23초~28초. 그 사이 얼음물로 세팅한 테이크아웃잔에 추출된 샷을 붓고 뚜껑을 닫는다. 그 후 손님에게 전달되기까지는

3~4초면 대략 일 분 안에는 다 해결된다.

카페 주방은 이동동선이 짧게 짜여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시간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 여러 조건이 붙는다.

-일하는 사람이 능숙할 것.

-선결제 및 배달이 없을 것.

-매장 손님이 적을 것.


주문과 동시에 손 내밀어 커피 달라는 손님, 앞사람이 주문한 커피가 자기 건 줄 알고 금방 가져가려는 손님, 여섯 잔 이상 주문하고 1분도 안되어 재촉하는 손님 등 다양한 손님들이 있다.


그중 최악은 새치기하는 손님이다.


“제 거 먼저 주면 안 돼요?”


자기 앞 뒤로 사람이 얼마나 있든 상관없이

일단 지르고 본다.


“저렇게 바쁘면 편의점 커피 사 마시면 되지 않나요? 아님 다른 데 가던가…”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배달과 매장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 아무리 빨리해도 시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내 몸에 팔이 두 개 더 달려있다면 모를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당장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새치기 손님에게 먼저 커피를 제공한다. 그럼 이제 불만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팔짱을 끼고 주방을 노려보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그럴수록  우리의 손은 더 빨라지지만 표정은 굳어지고 말투도 딱딱해진다.

결국 우리는 ‘불친절’한 직원이 된다.


왜 사람들은 60초도 기다리기 싫어할까?


첫째) 테이크아웃 카페는 누르면 자동으로

나오는 자판기 커피 같은 이미지가 있다.

둘째) 점심시간 혹은 출퇴근길에 부담 없이

싸게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셋째) 선결제 시스템과 키오스크로 인해

음료 받는 시간이 더 단축된다.

넷째) 개방형 주방으로 인해 만드는 과정을 투명하게 지켜보며 자신의 차례를 추측할 수 있다.


여름만 되면 생기는 의문에 답을 해보며 손님들의 좁아지는 미간을 이해해 본다.

공개된 주방을 통해 신뢰를 쌓기도 하지만

안 좋은 점도 있다.

‘빨리 나오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손이 느린

근무자가 제조하는 걸 보면 보는 사람의 조바심은

 극에 달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말 기다리기 싫어하는 손님들은 모바일 선결제를 통해 시간에 나름 맞춰와 바로 받아가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시간을 안 지켜 조급해하는 손님들이 부지기수다.)


***


햇볕이 따스하고, 길을 걷기 좋을수록

카페마다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나도 일터를 벗어나면 ‘손님’이다.

손님으로서 다른 카페를 방문하면

 일할 때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한 직원들을

한 번씩 마주한다.

그 얼굴을 충분히 공감하기에

바빠 보이거나 대기줄이 길면

그저 내 차례를 기다린다.


음료를 제조하는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 내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려 노력한다.

불안하고 조급 한 건 손님뿐만 아니라

근무자들도 마찬가지다.

 잠시 기다리는 내가 조금 지체되는 시간과

근무자의 작은 실수에 굳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짜증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빨리빨리가 습관이 된 일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고 있다. 그렇기에 주변을 한 번씩

돌아보며 너그러운 마음과 기다림의 여유를

보여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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