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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Jul 15. 2024

플라스틱으로 돈 벌기

환경보호는 덤?

내 폰에 깔려있는 수퍼빈


이른 아침, 나는 집을 나선다. 밖으로 나가면 부지런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까지. 나와는 달리 분주히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느릿느릿 걸음을 옮긴다.

 

음악을 들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마치 산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바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활용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한가? 하하.

 

반백수인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플라스틱 페트병이 담긴 비닐가방을 들고 행정복지센터에 간다.

 

처음에는 단돈 십 원이라도 모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새 집을 깨끗하게 만들고 환경을 보호하는 중요한 활동이 되었다. (동사무소이자 주민센터인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되어 있는 분리수거함과 폐건전지수거함, 아이스팩 수거함 등 오히려 분리수거와 처치곤란한 쓰레기에 대한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이곳에는 ‘네프론’이라는 자동화된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지역마다 네프론이 있는 곳이 다르니 꼭 위치 확인하고 방문할 것!)

 

*네프론은 사용자가 플라스틱 병을 넣으면 자동으로 수거하고, 그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시스템이다.

 

네프론을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플라스틱 병을 깨끗하게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네프론 기계에 화면에 표시된 시작버튼 누르고 전화번호 입력뒤 ‘하나씩’ 넣으면 된다.

 

하나씩이다. 한꺼번에 넣으면 안 된다. 동시에 두 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식초, 식용유와 같이 색상이 있는 플라스틱도 안 된다.


오직 투명한 것만 가능!

(지난번에 식초를 넣어보려다가 기계가 퉤 하고 내뱉는 바람에 민망했다.)

 

기계는 플라스틱 병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이를 분류한다. (꾸와악 꽉. 플라스틱이 구겨지는 소리가 생각보다 듣기 좋아 묘하게 짧은 asmr을 듣는 기분이다.) 가지고 온 걸 다 넣은 뒤 완료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리고 적립된 포인트는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가능하다.  

 

이게 끝이다.


플라스틱 병을 담아 온 비닐가방이 텅 빈 걸 보면 은근히 뿌듯하다. 네프론에 플라스틱 병을 하나씩 넣을 때마다 작은 성취감도 느낀다.


내가 정말 환경보호에 참여하고 있구나 하고.

 

어쨌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는 이천 원부터 라고 하니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동네 아주머니는 벌써 만원이나 모았다고 한다.)

 

‘내가 환경보호를 위해 해봤자 얼마나 더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믿는다. 적어도 우리 집은 깨끗해지겠지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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