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3일 네 번째 문장
나는 오랜만에 고향집 마당에 들어왔다. 두 딸은 나의 아버지에게로 달려간다.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 나는 멀찍이서 "저희 왔어요!" 하고 크게 말하고 마당을 둘러본다.
집을 마주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시골집 마당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의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 가운데는 모던한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는 촌스런 붉은 파라솔이 꽂혀 있다. 파라솔의 꼭대기에서 기둥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맑은 날 하늘처럼 밝은 푸른색 플라스틱 통이 보인다. 우리 집 소파의 쿠션 크기보다 약간 큰 플라스틱 통 옆에는 잔디가 삐죽삐죽 자라 있다. 고개를 들면 장독대가 보인다. 나무로 만든 담장 앞에 줄지어선 각양각색의 장독대 뚜껑을 바라본다. 퐁당퐁당 징검다리를 건너듯 장독대의 뚜껑을 하나씩 훑는다.
들려오는 기침소리에 나는 다시 집 안을 바라본다.
"아부지? 괜찮습니꺼?"
"어어, 먼지땜에."
방으로 들어가 그의 손에 들린 빛바랜 앨범을 집어 들었다. "주이소." 하고 나는 앨범을 들고 다시 마당에 나왔다. 훌훌 먼지를 털어내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몇 번 콜록거리니 계란지단 같은 노란빛이 드러난다. 첫 페이지를 넘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젊은 날 사진이 보인다. 눈시울이 붉어져 다시 앨범을 닫는다. 아버지에게 다시 앨범을 건네고 마당을 살핀다.
"누구예요? 할머니예요?"
그 말에 나는 다시 방 안을 바라본다.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아버지가 보인다.